"저는 이제 사라지렵니다"…옷 갈아입는 자판기

머니투데이 모락팀 윤기쁨 기자 | 2017.10.08 06:45

[이슈더이슈]꽃부터 화장품까지 자판기의 '변신'…저렴한 인건비·편리성으로 관심↑

교통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커피자판기 운영 종료 알림' 게시글./사진=페이스북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는 이제 사라지렵니다. 주인님이 이제 더 이상 관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떠나가는 저를 원망 마세요. 24시간 이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렸는데. 가끔 저를 그리워해주세요.

추운 겨울 주머니에 굴러다니던 동전 몇개로 뽑아먹는 커피만큼 따뜻한 것은 없었다.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교내 커피자판기의 운영을 멈춘다'는 글이 올라오자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전했다. 커피자판기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안녕"…길거리서 자취 감추는 커피자판기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3년 4만3778개에 달했던 식품자동판매기영업(커피·음료 자판기)은 2014년 4만1218개, 2015년 3만4556개로 점차 줄었다. 위생 문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고 동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다.

김지현씨(25)는 "5년 전부터 자판기 커피를 거의 안마시는데 위생 문제가 가장 크다"며 "길에 있고 관리가 계속 되지 않아 커피에 들어가는 당분이 많은 재료들에 벌레들이 득실 거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소점포와 길거리 등에 설치된 자판기 2386대를 점검한 결과 위생 관리가 미흡한 자판기가 364대(15.3%)에 달했다. 일부 커피·코코아 자판기의 경우 음료에서 세균수가 기준치(3000이하/ml)보다 10배 초과한(3만2000/ml) 곳도 있었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에는 2010년까지 커피자판기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10년 20여개에 달했던 커피 자판기는 현재 3~4개 밖에 남지 않았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꽃, 바나나, 화장품, 사과 자판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꽃부터 반찬 자판기까지…"자판기의 변신"

커피 자판기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소비자 요구와 시대 흐름에 따라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자판기도 있다. 음료만 팔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꽃·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


현재 꽃 자판기는 전국에 300여개 이상이 설치됐다. 기존 커피 자판기와 같은 방법으로 원하는 꽃을 선택한 후 카드로 결제하고 상품을 바로 받는 방식이다. 직원 없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장품 자판기도 있다.

바쁜 직장인들을 겨냥한 자판기도 나왔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는 아침을 거르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나나 자판기가 등장했다. 대구에는 지역 특산인 사과 자판기가, 동탄에는 도시락부터 샐러드, 반찬 등을 판매하는 반찬 자판기도 있다.

바나나 자판기를 애용한다는 심모씨(28)는 "이전에는 출근길에 편의점을 이용했는데 상품을 고르고 계산하는 데 시간이 걸려 불편했다"며 "자판기 내용물(바나나)이 상하지 않도록 관리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한 공항에 설치된 유니클로 '의류 자판기'/사진제공=핀터레스트

◇외국은 이미 '자판기 전성시대'…"수익성 좋아"

외국의 경우 자판기 사업이 더욱 활성화돼 있다. 미국 뉴욕·휴스턴·오클랜드 등 대도시 지역의 공항에는 의류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입국하거나 출국한 여행자들은 날씨 변화에 대비해 간편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다.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자판기 설치 확대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길거리 자판기를 자주 볼 수 있는 일본은 초밥부터 타코야끼, 우동 자판기도 설치돼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는 필수다. 프랑스 바게트 자판기, 캐나다 마리화나 자판기, 아랍에미레이트 금 자판기 등 세계 각국에는 이미 다양한 자판기들이 있다.

국내 자판기업계 한 관계자는 "자판기는 인건비가 안나가고 관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수익성이 좋다”며 “파는 사람은 상품만 채워넣으면 되고 구매하는 사람들은 원할 때 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창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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