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밴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인 나이스정보통신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42억원보다 21.1% 줄었다. 매출은 같은 기간 1500억원에서 1723억원으로 14.9%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했다.
업계 2위 한국정보통신(KICC)도 올 상반기 매출은 1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635억원 대비 10.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30억원에서 212억원으로 7.8%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는 신한·KB국민·현대·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가 올들어 밴수수료를 결제 건당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정액제에서 결제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정률제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액결제시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보다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더 많아 손해가 발생하는 만큼 수수료체계를 바꾼 것이지만 밴사로선 소액결제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익이 줄게 됐다.
또 지난해부터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가 확산하고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이 등장하면서 전표수거비를 받지 못하게 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엔 카드사들이 전표를 종이가 아닌 전자문서로 수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시도하면서 대형 밴사는 더욱 큰 압박을 받는다.
이에 대해 대형 밴사들이 그간 결제중개 시스템 개선에 소홀해 환경과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실적이 늘자 현실에 안주했다는 지적이다. 이 결과 밴시장은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케이에스넷, 스마트로, KIS정보통신 5개 업체가 70%가량의 시장점유율로 과점체제를 구축하며 기술개발이 정체돼왔다.
5대 밴사 중 유일하게 자체 기술연구소를 보유한 곳은 한국정보통신인데 이곳조차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가 11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0.6%인 데다 연구·개발비 비중이 2015년 0.93%(25억원), 지난해 0.90%(30억원) 등으로 줄어든 점도 주목된다.
반면 한국신용카드결제(KOCES), 제이티넷(JTNet),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중소형 밴사들은 새로운 결제중개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NHN한국사이버결제는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14억원을 썼다. 매출액 대비 0.8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업계 2위 한국정보통신보다 많다. NHN한국사이버결제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3억원보다 34.9% 늘었다.
NHN한국사이버결제 관계자는 “2011년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출자로 KCP이노베이션을 설립해 차세대 결제서비스인 NFC전자결제에 관한 기술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며 “특화 서비스를 통해 시장 확대는 물론 안정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해 전자결제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부터 가맹점 확보를 위해 밴사가 가맹점에 주던 리베이트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밴사 영업이익이 이후 2배 이상 급증했지만 기술개발엔 소홀했다”며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 밴사 주도의 시장 움직임을 따라가던 중소형 밴사들이 결제시장 환경변화를 기술개발로 돌파하며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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