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총선]독재 아닌 독재…메르켈, 16년 집권을 시작하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7.09.25 02:52
24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총선이 진행된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독재가 아닌 독재'가 시작됐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야기다. 24일(현지시간) 진행된 독일 연방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에서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이 승리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이 결정됐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에서 한 지도자가 16년을 집권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에서도 헬무트 콜 총리와 메르켈 총리 두 명뿐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CDU-CSU 연합은 3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마르틴 슐츠가 총리 후보인 사회민주당(SPD)은 20%에 그쳤다. 난민과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3%의 지지를 얻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극우정당이 연방의회의 한 부분을 담당한 건 히틀러의 나치당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총리로서 네 번째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메르켈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히틀러의 나치당 이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맞서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국내 경제 활성화는 물론 난민, 유럽 통합, 기후 변화 등 중요한 국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 동독 출신 과학자, 독일 최장수 지도자가 되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의 과학자로 독일 정치계의 비주류였다. 36살이던 1994년 헬무트 콜 전 총리에 의해 통일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정치 역량을 키웠다. 이번 총선 승리로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의 주역 콜 전 총리처럼 16년의 재임 기록을 세우게 됐다.

콜 전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정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좋게 끝나지 않았다. 1999년 콜 전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발생하자 메르켈 총리가 “콜의 시대는 갔다”며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메르켈이 정치적으로 독립한 시기다. 메르켈은 1년 뒤 CDU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다.

능력을 인정받은 메르켈은 2005년 11월,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누르고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메르켈은 총리가 된 이후 반대 진영이었던 슈뢰더 전 총리의 경제개혁 작업을 이어받는 등 포용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1990년 초반 장기 침체로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던 독일이 유럽 최고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의 재임기간 독일의 실업률은 12% 수준에서 3.9%로 낮아졌다. 완전고용에 가깝다. 경제성장률도 유럽 최고인 2%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 메르켈 승리 기정사실…연정 구성에 관심 모아져

메르켈 총리의 승리는 사실상 총선 전에 기정사실로 정해졌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에서 넉넉한 차이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르켈의 승리보다 향후 독일 의회가 연립 정부를 어떻게 꾸릴지에 세상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메르켈 총리는 과거 1~3기 내각에서 좌우 대연정을 이끌었다. 2005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는 SPD와, 2009년에는 자유민주당(FDP)과 각각 연정을 구성했다. 2013년에는 다시 SPD와 손잡고 국정을 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정 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대 수개월이 걸릴 거란 예상도 나온다. 특히 이번에는 AfD가 제3당으로 떠오르면서 연정 구성 셈법이 복잡해졌다. 제2당 SPD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고 제1야당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도 문제다. 메르켈 총리는 2013년 41.5%를 득표했으나 이번에는 30% 초반에 머물렀다. 과반 확보를 위한 연정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결국 10% 정도를 얻은 FDP나 녹색당, 좌파당 등의 군소 정당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CDU-CSU와 FDP, 녹색당의 연정을 '자메이카 연정'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정당을 대표하는 색이 검정-노랑-초록으로 자메이카 국기 색과 똑같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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