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취득은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올 초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스템 차원의 기준이 추가되면서 이를 충족하는 작업을 했다. 인도 역시 금융사업자에 대한 보안과 정보 관리 기준이 높아 앱 서비스만 제공했을 때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 인도에서 모바일 결제 사업을 펼치려면 PPI 라인선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PPI는 현금, 카드, 계좌를 사용해 모바일 지갑이나 선불 카드 등에 일정 금액을 입금, 이를 오프라인과 온라인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뜻한다.
아마존과 왓츠앱도 인도에서 모바일 결제 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왓츠앱의 경우 직접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고 라이선스를 가진 인도 기업을 인수해 우회적으로 획득했다. 글로벌 기업도 라이선스를 받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밸런스히어로와 같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은 라이선스 받기가 더 어려웠다는 사실은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국 스타트업이 인도 정부로부터 모바일 결제 사업자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 정부의 니즈(Needs)를 충족하는 사업 전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 국민들이 모바일 결제를 통해 경제 편의성을 누리게 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해 화폐 개혁을 단행, 소위 구멍가게로 불리는 작은 상점에서도 모바일 결제로 거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중국이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하듯이 인도 역시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인도 정부의 목표는 밸런스히어로의 사업 목표와 맥을 같이 한다. 밸런스히어로는 사업 초기부터 신용카드나 온라인 이체 등에 접근하지 못하는 대다수 인도인들에게 모바일 결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의 잠재적 시장성은 이들이 모바일 결제를 시작하면 폭발적인 파급력을 갖게 될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이런 목표를 가진 기업에 라인선스 등 혜택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라인선스를 받기 위해 필요 조건들을 충족한 점도 큰 역할을 했지만, 우리의 사업 전략이 인도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같았던 점이 더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인도 같은 국가에서 사업을 펼친다는 건 도전의 연속이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게 오히려 생소할 정도로 정부 규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큰 틀에서 정부의 추진 과제와 동일한 사업 방향성을 갖고 있다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상황에 대응하기 훨씬 더 수월하다. '빅피처'라 불리는 사업의 큰 그림을 정부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짜야 해당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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