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뇌물'된 꽃집 사장의 눈물 "직원 3명 내보냈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7.09.25 05:30

[청탁금지법 1년]기업들 "꽃 주고 받는 일 1년전 대비 4분의 1로 줄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여드레 앞둔 20일 오후 서울 양재 화훼공판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의 거래 물량이 도매는 5.2%, 거래 금액은 6.1& 각각 감소 했으며 소매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화원협회 1200여 곳의 거래 금액이 27.5% 줄었다. /사진제공=뉴스1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꽃이 왜 '뇌물'이냐는 겁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꽃집 사장 A씨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1년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관공서, 기업 등 30여곳 법인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이 꽃집의 경우 관공서로 가는 난은 완전히 끊기는 등 영향으로 1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났다.

그는 "1:1로 상대방과 나만 알고 비밀리에 주고받는 것이 뇌물인데, 꽃이나 난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씌어져 있다. 공개되는 것을 뇌물이나 부정청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꽃처럼 '보이는 것'을 뇌물로 하니 '보이지 않는 진짜 뇌물들'은 더 많이 오갈 것 같다"고도 했다.

A씨는 "장사가 안되니 직원 3명을 내보냈고, 지금은 아내와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제가 직접 배달한다. 저희 집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꽃집인데 임대료를 걱정하게 된 처지이니, 주변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는 곳들도 많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 뒤에 업계 자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또 "국회나 법을 집행하는 분들을 보면 실제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 지는 전혀 모르고 법을 만든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 이전까지 인사철이 되면 화훼업계는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선물이 난이나 화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이런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줄었다. 청탁금지법으로 경조사 화환이나 스승의 날의 카네이션도 '뇌물'로 간주되면서 관련 수요는 급감했다.

경조사에 난을 보낼 수는 있지만, '5만원 제한'에 따라 난을 보내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난을 보내지 않게 됐다.

기업들도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이후 여러 가지 달라진 점을 체감하고 있다. B 기업 관계자는 "조의, 축하 표현하는 의미로 하는 꽃이 1년 전보다 4분의 1로 줄었다"며 "회사 인근 한식집에 가보면 확실히 전에 서빙하는 분들이 없어지고 사장님들이 직접 서빙한다"고 말했다.


C 기업 대관 담당자는 "꽃을 보내는 일이 2분의 1로 줄었는데, 스스로 먼저 꽃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사람들도 많아서 사실상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추석 선물을 보내는 기업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보내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경쓰는 분위기다. D 기업 관계자는 "회사와 관계되는 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추석 선물을 할 수도 있겠지만, 5만원 이하에서 맞추기가 어려워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청렴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통 및 화훼업계, 호텔·전시 산업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시장에 명암을 만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번째 명절인 올해 설 당시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감소했다. 유통업체들의 연간 식품 매출에서 명절 연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는 화훼 소비감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화훼류 소비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관련 활성화 계획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내에 화훼 판매코너 설치를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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