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실세 장관으로 꼽히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시도를 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극심한 반대를 결국 넘지 못한 것이다. 부랴부랴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직거래 장터 확대, 안심 스티커 제작 등 농가 지원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농축산물 소비절벽이 이번 추석에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최근 추석 전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하고 내년 설 이전 개정작업 재추진 등을 포함해 농축수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당초 양 부처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축임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현재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인 김영란법상 가액 기준을 식사 5만 원, 선물 10만 원, 경조사비 5만 원으로 조정할 계획이었다.
가액기준은 국회 의결이 필요한 법률안 개정 절차 없이도 행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조정이 가능하다. 때문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시행령 개정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독립투쟁하듯 뛰었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실세 장관이라고 한들 국권위를 넘어서진 못했다. 국권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일부 업종의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 경제·사회적으로 분석한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연구 용역결과를 보고 나서 개정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김영록 장관은 최근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해 추석 전에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사실상 추석전 개정작업의 포기를 선언했다.
현재 양 부처는 내년 설 이전이라도 선물가액 조정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도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검토해 필요하고도 가능한 대안을 내겠다"며 "올 추석과 같은 어려움을 내년 설에는 농어업인 여러분께 드리지 않았으면 한다"도 말했다.
문제는 시행령을 개정하려면 관계부처 협의,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두달이 걸린다는 점이다.
내년 설 명절은 2월 중순인데 개정을 통해 농어민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늦어도 1월 말까지는 개정안이 공포돼야 한다. 법 개정 준비작업 등을 감안하면 국권위가 진행하고 있는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용역결과가 11월 초에는 나와야 한다.
일단 국권위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11월 중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대국민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따라서 늦어도 연내에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올 추석 농축수산물 소비절벽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소비촉진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역별 직거래장터(약 100개)와 로컬푸드 직매장(171개)을 통한 특판행사, 약 2100개의 하나로마트에서 선물세트 할인판매를 실시한다. 또 공직자 등이 안심하고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농축산물 선물에 붙일 수 있는 '착한선물' 스티커도 제작·배포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내에 청탁금지법 개정을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청탁금지법 지지 여론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농축수산업계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