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임차인 내쫓기 "임대차보호법 대폭개정 시급"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7.09.25 04:05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시도에 현장선 '일부 보완으론 안된다'는 시각 많아

45년 된 서울 신촌의 유명 중고서점 ‘공씨책방’이 퇴거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내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대료 상한율 인하와 보호 대상 확대 같은 수준으론 구도심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하는 서울에서 ‘공씨책방’과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임대인들이 임차인을 내쫓기 위해 악용하는 ‘독소조항’을 손 보는 수준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임차인 보호는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중소자영업자 지원대책’ 협의를 하고 정기국회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9%보다 낮추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보호 대상 임차인을 서울 기준 환산보증금 4억원보다 높이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개발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 가속화로 임차인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2015년 5월 이후 추가 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임대인들은 현행법을 악용해 임차인을 내쫓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임대인들의 법을 이용한 임차인 내쫓기는 ‘진화’하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임차인을 일부로 정해놓았다는 점이다. 보호대상이 되는 환산보증금(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금액) 기준이 서울은 4억원, 지방은 1억8000만원 이하이다.
 

서울에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을 초과하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대료가 높은 도심권에선 이를 넘는 임차인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다.
 
홍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홍대, 상수, 합정 등 이 일대 소위 중심상권에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임차인이 수두룩하다”며 “임차인이 열심히 장사해서 자리를 잡아도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를 껑충 올리겠다고 하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업종이 자주 바뀌는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5년이 지나면 매년 갱신해야 하고 임대인이 요청하면 퇴거해야 하는 조항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일부 임대인의 경우 임차인이 권리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도록 계약 만료 직전 1개월 안에 이를 통보하기도 한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서울 도심에 환산보증금이 높은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이 계약 만료 하루 전에 나가라고 해도 이를 거절할 방법이 없다”며 “현행법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을 위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인과의 상생협약 체결이나 임대인·임차인간 분쟁 조정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공씨책방’도 서울시에서 임대인이 요구하는 임대료와 기존 임대료간 차액을 기업 후원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조정이 시도됐지만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면서 조정이 실패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려면 환산보증금 상한을 아예 없애고 계약갱신청구권 보장기간을 대폭 늘리는 한편 중심상권의 임대료 인상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업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당정이 현재 추진하는 개정안도 기존 독소조항을 조금 줄이는 수준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며 “임대인의 재산권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서 소상공인이 안심하고 장사하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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