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서로의 선을 안 넘는 가이드라인 생겨"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7.09.25 05:30

[청탁금지법 1년]대기업 홍보·대관 담당자 "저녁이 있는 삶은 아직..귀가 시간 빨라졌다"

"사람을 만날 때 서로의 선을 넘지 않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생겼다고 할까요"

A 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소위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체감한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법 시행 직후에는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몸을 사렸지만, 이제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에서 대외활동을 전담하는 홍보, 대관 담당자들은 김영란법의 효과를 몸으로 느낀다. 여전히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점은 1년 전과 같다. 그러나 만나는 방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소통하게 됐다는 점은 큰 변화다.

법인카드로 흥청망청 유흥을 즐겼던 문화는 사실상 사라졌다. 법이 정한 한도(식사비 3만원) 내에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 후 다음 장소로 자리를 옮기는 '2차'는 자연스레 생략하게 됐다.

덕분에 귀가 시간도 빨라졌다. 업무 특성상 여전히 점심, 저녁 약속이 많아 '저녁이 있는 삶'은 누리지 못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과거에는 식사 메뉴를 별생각 없이 정했다면, 최근에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가성비'를 중시하게 됐다. 한 홍보담당자는 "예전에는 외부 손님과 소고기를 자주 먹었는데, 최근에는 돼지고기 집만 간다"고 했다.

기업 선물도 거의 사라졌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감사의 표시를 한다. 법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 품목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 조사는 필수다. 과거 상가에 의례적으로 보냈던 기업 명의의 조화도 거의 사라졌다.


문화도 달라졌다. 한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을 만날 때 커피 한잔을 사 가지고 가면 '다음부터 절대 가져오지 마시라'고 당부하며 그들이 먼저 조심한다"며 "아직도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을 이유로 정중히 양해를 구하면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무작정 접대를 요구하는 '구악'에 대한 자정 작용이 지난 1년간 나타난 것 같다"며 "불필요한 접대가 사라져 좋다"고 말했다.

업무의 특성상 '접대'가 많고 상대방을 만나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청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김영란법 시행은 기업의 대외업무 담당자들의 발을 꽁꽁 묶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법 시행 후 1년 동안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에 거의 적응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할 부분은 남아 있다.

최근 한 글로벌기업은 해외 전시회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는데, 식사 비용 때문에 실무진이 상당히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높은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1인당 식사비 3만원' 등 김영란법의 획일적 기준 책정 등은 다시 재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