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원의 희망"…대학가 청소·경비 비정규직 '훈풍'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 2017.09.24 00:02

홍익대도 시급인상 타결, 13개교서 노조 요구 관철…일각선 "대학 재정 우려" 지적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농자들이 7월27일 연세대 백양로에서 시급 인상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830원 인상의 꿈이 이뤄졌네요. 이제는 적금도 들고 친구들에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연세대 한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나 경비 일을 하는 대학가 비정규직들의 시급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최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분위기가 대학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4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수도권에서만 13개 대학에서 비정규직 시급을 올렸다.

최근에는 장기 점거 농성을 벌이던 홍익대 비정규직 노조가 용역업체와 시급 인상에 합의했다.

인상분은 노조의 요구대로 830원이다. 미화직 노동자 시급은 기존 6950원에서 7780원으로, 경비직은 6060원에서 689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인상된 월급은 올해 1월 치부터 소급 적용된다.

이번 합의로 미화 노동자 약 80명, 경비 노동자 70명 등 총 150여명에 대한 시급이 인상된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조는 2월부터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했으며 7월부터는 대학 행정관 일부를 점거 농성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시급 100원 인상안을 고수했고 학교 측도 용역업체와 노조 간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아 갈등이 길어졌다.

그러나 다른 주요 대학이 잇따라 비정규직 시급을 830원가량 인상하자 홍익대 용역업체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연세대와 서강대, 숙명여대 등 오랫동안 시급 인상을 둘러싸고 비슷한 갈등을 겪던 대학이 비정규직 시급을 연이어 올렸다.

농성 장기화에 따른 학교 측과 용역업체의 부담감도 작용했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조는 7월부터 본관(문헌관) 1층 사무처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이달 4일부터는 사무처 점거 농성에 들어가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홍익대 앞 등에서 서경지부 차원의 대규모 집회도 계속됐다.


이로써 홍익대를 비롯해 카이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동덕여대·덕성여대·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광운대·고려대·한성대·인덕대·숙명여대 등 모두 13개교가 비정규직 시급을 올렸다. 갈등 중인 곳 가운데 서울여대만 남았지만 이 역시 곧 타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기존 시급 등을 고려해 서경지부 대학 비정규직 시급을 830~930원 인상할 것을 제시했다. 대다수는 830원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걸었고 기존 시급이 낮았던 숙명여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930원 인상을 주장했다.

일단 이번 인상으로 열악한 청소·경비 비정규직들의 형편에는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학교별, 업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이들의 월급은 150만원 안팎이다. 시급 830원을 올리면 월급은 20만원 가까이 올라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높은 인상 폭 탓에 대학 재정에 부담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이 사회적 책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등이 비정규직 시급 인상을 주장하면 결국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서도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등 미래를 내다봤을 때 재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청소노동 등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희성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청소업무 등 대학 내 비정규직 업무가 주로 고령자 직종으로 돼 있어 노동에 대한 가치평가가 낮게 이뤄져 왔다"며 "임금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인식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60대 맞아?" 아르헨티나 미인대회 1위 나이 화제…직업도 화려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