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연합에 매각"…도시바 선언한 날 WD 추가소송 '반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유희석 기자 | 2017.09.21 16:51

매각중단 소송 심리 재개 가능성 높아…지분구조·기술협력 여부 협의 등 넘어야 할 산 여전

일본 가와사키에 위치한 도시바 연구개발(R&D)센터 모습. /AFPBBNews=뉴스1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공식발표했다.

전날 이사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결의한 지 하루만이다. 도시바는 매각대금이 2조엔(약 20조3000억원)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이사회 결정 발표 이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아직 주요사항에 대한 협의가 남은 만큼 향후 딜(계약) 프로세스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가 그동안 수차례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오락가락했던 데다 구체적인 인수조건 협상에 따라 인수 효과가 갈리는 만큼 조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바 이사회의 발표에선 베인캐피털 외에 컨소시엄 참여기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턴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한 상태다. 일본에선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를 주축으로 일본계 기업이 참여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지분매각은 베인캐피탈과 일본계 기업, 해외기업연합이 주식전환형 우선주와 회사채형 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시바도 3505억엔(약 3조6000억원)을 재출자하기로 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현지언론은 베인캐피탈이 49.9%, 도시바가 40%, 일본계 기업이 10.1%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한다. 일본 측이 보유하는 지분이 절반 이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유출 등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을 감안해 베인캐피탈에 인수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본계약 일정을 못박진 않았다. 구체적인 인수조건도 본계약을 체결한 뒤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달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주총 직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 체결까지 도시바와 인수 컨소시엄은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이날 공시에서 언급한 '주요사항에 대한 협의'가 이 부분이다.


업계에선 의결권 지분 구조를 비롯해 이와 연관된 기업별 출자 규모, 기술협력 여부 등이 추가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세계 2위 점유율의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낸드플래시 기술 때문"이라며 "실제 얼마나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지, 적어도 공동기술 개발이나 특허기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이 인수효과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나 일본 정부는 도시바의 반도체 원천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계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인수가로 3조엔을 제시하고도 분루를 삼킨 것 역시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의결권 지분의 경우 도시바는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15%로 제한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실탄' 여력이 충분한 SK하이닉스로선 자금 부담이 늘더라도 가능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늘리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바메모리를 두고 막판까지 경쟁했던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반발은 또다른 변수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날 도시바를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추가 소송을 제기하며 끝까지 딴지를 걸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공동 운영 중인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에 대한 도시바의 단독투자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 매각에서 웨스턴디지털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3일 단독으로 공장 증산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한 요구다.

국제중재법원의 중재 절차는 최소 1년이 걸린다. 웨스턴디지털이 승소하면 도시바에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닛케이신문은 "(한미일 연합을 매각 상대로 결정한) 도시바를 흔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웨스턴디지털이 동의없이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미국 법원에 제기한 매각 중단 청구 심리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매각중단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시장에선 도시바 이사회의 결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 과정에서 도시바가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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