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19"…김영란법이 바꾼 '음주문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7.09.27 06:35

법시행 1년…공무원·언론인 술자리 조심…"술 덜 마실 수 있어 좋다"


#대기업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맡고 있는 직장인 김민석씨(33·가명)는 지난해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 쾌재를 불렀다. 공무원들과의 술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 때문. 실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술자리가 절반 정도로 줄었고, 술을 마시더라도 밤 9시 이전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김씨는 "공무원들이 아무래도 눈치 보느라 술자리가 짧아졌다"며 "1가지 술로 1차에서 9시 전에 끝내는 '119'가 대세"라고 말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1년 동안 바꾼 것 중 하나가 음주문화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식사 가격을 3만원으로 제한한 덕분에 기존에 길었던 술자리가 짧고 굵게 끝나는 것. 또 독하고 비싼 술 대신 도수가 낮고 가벼운 분위기의 술자리도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공무원 및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1년 사이 술자리에서 김영란법이 심리적 압박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한 자치구에서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한상현씨(가명)는 "김영란법 시행 후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공무원·기자 모두 굉장히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술자리 빈도와 시간이 줄어드는 등 음주문화도 달라졌다. 한씨는 "한 언론사와의 술자리에서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금액 내에서 세팅을 다 해놓고 저녁 8시에 술자리가 끝났다"라며 "1년전만 해도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홍보팀장 김모씨(40)는 "윗사람을 모시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경우 아직도 술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늦어도 밤 11시 이전에 끝난다"며 "김영란법이 그래도 술을 덜 마실 수 있는 핑계거리를 만들어줬다. 요즘엔 보통 1차에서 끝난다"고 말했다.


고급 술과 안주도 꺼리는 분위기다. 대기업 홍보 차장 박모씨(38)는 "예전처럼 2차로 어디 좋은 데 가서 양주를 먹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다"며 "1차가 끝나면 2차로 호프집에 가서 간단히 한 잔 더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3만원 이하 식사 및 안주 등으로 구성된 '김영란 메뉴'도 인기다.

선호하는 술자리 성격도 단체에서 소수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마시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사회학회가 전국 성인남녀 직장인 4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이나 혼자하는 회식은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8월 기준 주 0.3회, 월 1.5회 늘었다.

최근 논의 중인 김영란법 3·5·10(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기준 완화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갈렸다. 대기업 홍보팀 과장 정모씨(37)는 "어차피 업무 특성상 술자리가 필요하다면 관련 기준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5급 공무원 이모씨(33)는 "음주문화가 바뀌는 시점에 완화되면 다시 거꾸로 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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