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끼리 사내 메신저, 카카오톡 등 문자를 나누는 일이 많아지면서 문자가 말 못지않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됐다. 하지만 문자는 말과 달리 대화의 분위기나 상황을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어 문장부호가 말투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온점과 느낌표의 사용이 대표적이다. 10일 다수의 20~50대 직장인에 따르면 상사나 선배에게는 느낌표(!)나 온점 1개(.)를 많이 쓰고 후배에게는 온점 2개(..) 반점 2개(,,)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온점 하나 차이가 말투에는 큰 변화를 주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송모씨는 "예전에 한 선배가 온점 3개를 쓴 말줄임표(...)를 애용하셨는데 처음에는 뭔가를 참는듯한 인상을 받아서 화가 났나 생각했다"며 "나중에 오해라는 걸 알았지만 나는 후배에게 그런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온점을 2개만 쓴다"고 말했다.
물결부호(~)는 선후배 모두가 사용한다. 50대 직장인 정모씨는 "후배들과 세대 차이가 있다보니 편하게 대하려고 사용한다"며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싶을 때 말을 끝맺지 않고 물결(~)을 쓴다"고 말했다.
선배에게 쓸 때는 물결부호와 다른 특수부호를 혼합(~!/~?/~.)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친한 선배에게는 그냥 물결(~)을 쓰기도 하지만 혹시 가벼워 보일까봐 느낌표나 온점과 같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특수부호나 종성(받쳐 쓰는 자음)만 잘 활용하면 하나의 음절로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요즘 직장인들의 네'라는 글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었다. 해당 글은 직장인들이 "모든 감정표현을 '네'로 한다"며 다양한 예시를 들었다.
글에 따르면 △'네?'는 부정적인 맥락으로 "XX(비속어) 뭐라고?" △'네..'는 "그래,,알았어.." △'넹'은 "일단 대답함, 일은 이따 할거임" △'넵!!'은 "그래. 이건 지금 해줄게" △'앗 네!'는 "내가 실수했음,,"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최근 "수많은 직장인들이 '넵병'을 앓고 있다"며 카카오톡 대화창을 편집한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그냥 '넵'부터 '넵ㅜㅜ', '넵~!', '넵..', '넵!' 등 특수부호와 함께 쓰인 '넵' 메시지가 가득하다. 이 글은 인스타그램 게시 하루만에 '좋아요' 22000건 이상을 받으며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얻었다.
누리꾼들은 "내 카톡방 보는 줄 알았다", "'네'라고 하면 뭔가 심심하고 성의 없어 보이는데 '넵'은 신뢰감도 주고 성의도 있어 보인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게 아닌 글이다보니 좀 더 활기차게 알겠다는 표현을 하려고 넵을 쓴다", "길게 쓰긴 바쁘고, 짧게 쓰면서 그나마 제일 성의 있어 보이는 대답"이라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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