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톡 금지법? 美 구글 금지법과 같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7.09.21 10:58

[일문입답]"AI, 좋은 사례 만드는 게 중요"…"해외기업들과의 역차별 해결돼야"

임지훈 카카오 대표. /사진제공=카카오.
"퇴근 후 (업무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주제다. 그런데 문자, 이메일, 전화, 타 메신저 등 다른 수단들이 많다. 카톡 기능 하나 추가하고 빼고의 이슈가 아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의 문제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사진)가 지난 20일 경기 판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노동부가 근로환경 개선 차원에서 거론한 카카오톡 기능 개선 요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카카오와 자신을 둘러싼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임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카카오톡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 '카카오톡 금지법' 이런 이야기도 도는데, 이는 미국에서 '구글 금지법', '페이스북 금지법', '인스타그램 금지법'을 만드는 것과 같지 않느냐"며 "어떻게 이런 프레이밍이 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최근 플랫폼 규제 이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임 대표는 "구글 등 해외 기업과 역차별을 막아달라는 요구는 우리만 이뻐해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글로벌 IT 기업들이 혁신해 나갈 수 있는 운동장에서, 우리도 똑같이 뛸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대표와 일문일답.

-다른 AI 플랫폼들도 많은데 어떻게 카카오 아이를 쓰게 할 것인가.
▶챗봇이 화두가 된 지 1년은 넘은 것 같은데, 기똥찬 거 혹시 보셨는지. 저는 못 봤다. 기계가 말을 알아듣고 엉뚱한 소리를 안 하는 건 쉽지만 진짜 챗봇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는 거다.

다른 글로벌 기업이 2년 전에 (AI 플랫폼을) 낸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파트너들을 통해서 좋은 사례가 나오는 게 먼저다. 그러면 모든 이들이 열려 있는 API(애플리케이션 개발 지원도구)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 미니의 뜨거운 예약판매 반응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나. 판매 목표치가 있나.

▶이번 예판은 죄송스러웠던 예판이었다. 카카오 미니를 기다렸던 분들에게 선물처럼 준비한 거였는데 우리가 너무 처리를 못했다. 그 부분에서 너무 아쉽다.

카카오 미니 열풍에는 2가지가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예판 물량 조건이 좋았다는 걸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카카오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건 AI 스피커가 기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더 중요한 건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카카오는 이 측면에서 잘 할 수 있다. 좋은 기술과 많은 서비스가 결합되면 어떨까라고 상상한 것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거다.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카카오 미니가 수십만대 팔리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언제든지 추가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하드웨어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유저들과 계속 피드백하면서 진화해 나가야 하는 모델이다.

-AI 관련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과 협업하기로 했다. 향후 구체적인 협업 방안에 대해 알려 달라.

▶삼성전자와 좋은 논의를 하다 보면 많은 접점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술을 계속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좋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될 것. 연내에 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계속 들을 수 있을 거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카카오브레인이 AI 프로젝트의 콘트롤타워인가? 조직별 업무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카카오의 AI 사업을 리드하는 건 김병학 부사장(AI부문장)이다. 카카오 내부에 AI부문이 있다. AI 인프라, 플랫폼에 대해선 내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조금 더 원천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하고, 논문을 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같은 것에 기치를 두고 있다. 또 카카오라면 당장 우선순위가 떨어지지만, AI와 결합되면 재미있을 법한 그런 주제들을 하고 있다. 카카오에선 우선순위가 떨어지지만 카카오브레인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김병학 부사장과 카카오브레인은 당연히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 배울 것을 배우고 있다. 2개의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무엇인가.

▶2016년부터 씨를 뿌리고 이것 저것 해왔던 것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이 강한 것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자'다. 그게 콘텐츠다. 게임이 강하고 이모티콘, 웹툰, 웹소설 같은 콘텐츠가 강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강하다. 그래서 그 쪽에서 사업을 준비해왔다. 성과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대한민국의 콘텐츠의 힘을 믿고 접점을 가지고 있다. 파트너사들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콘텐 사업에서 점점 해외 비중이 커질 것이다. 콘텐츠 사업은 파트너사들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전략이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포털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을 한다면.

▶제가 갖고 있는 문제 의식이 하나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역차별이다. 포털 뉴스를 포털에서 보지 않고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보기도 한다. 유통 파워가 엄청 큰 곳도 존재하는데, 왜 국내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가. 여러 가지 규제가 있는데 저희를 예뻐해 달라는 게 아니고 딱 똑같이만 했으면 좋겠다. 똑같이 규제해 달라는 게 아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혁신해 나갈 수 있는 운동장에서, 우리도 똑같이 뛸 수 있게 해준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결국 인터넷·모바일 기업은 시간 점유율과의 싸움이다. 저희보다 100배 큰 글로벌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데, 그것만으로도 버겁다.

-카카오의 준대기업집단, 총수 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게 해당하는 일도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장시켜 오며 이슈될 게 없었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다. 요청에 맞춰 따르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카카오톡 예약전송 기능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카카오에서 기능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인지.

▶논의 안 되고 있다. 평소 하고 싶었던 당부 말씀을 드리자면 '카카오톡 금지법'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에 살고 있다면 '구글 금지법', '페이스북 금지법', '인스타그램 금지법'과 같다. 이게 어떻게 이렇게 프레이밍이 될 수 있을까.

이건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권리다.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자, 이메일, 전화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메신저, SNS로 연락을 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 기능들을 잘 보면 방마다 알림 설정을 할 수 있고, 아예 특정시간에 알림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있다. 기능은 있을 건 다 있다. 기능 이슈가 아니다. 조직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다. 이건 사회 주제라고 생각한다. 기능 하나 추가하고 빼고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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