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대답은 '아니오'다.
저자 캐시 오닐은 빅데이터 모형 가운데 인간이 지닌 편견과 차별의식을 그대로 코드화한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 삶 곳곳에 사용되는 그러한 모형이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on)와 같은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를 '대량살상 수학무기(Weapons of Math Destruction)', 줄여서 WMD라고 이름붙였다.
예를 들어 고객의 신용평가점수를 계산할 때 재무정보 뿐 아니라 인종, 학력, 출신지, 범죄기록 등 온갖 데이터를 수집해 신용도를 예측하는 'e점수'가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e점수를 활용해 단기소액대출을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에서는 대출 신청자가 맞춤법을 맞게 쓰는지, 구두점은 제대로 찍는지 등의 정보까지 수집한다. 이것은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의 신용도가 높다고 본 것인데, 이 때문에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이나 이민자들이 높은 이율의 대출을 받게 됐다. 가난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이 교묘하게 데이터 모형에 반영된 것이다. e점수가 대출 뿐 아니라 취업, 보험, 결혼업체에까지 고객을 평가하는 잣대로 확장되면서 사회 곳곳으로 차별적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 덕분에 과거에 누리지 못한 힘을 가지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소수계층 상당수가 시스템에 의한 차별을 받게 됐다. 이 책은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나아가 민주주의까지 위협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이면을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량살상 수학무기 =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흐름출판 펴냄. 329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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