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다수 증권사는 특판 RP를 내놓으며 다른 금융상품 가입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신규고객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당장 역마진을 고스란히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의지다.
하나금융투자는 연 5%의 금리를 주는 월 저축형 RP(환매조건부채권)을 이번 주부터 판매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상반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 유치를 위해 연 5% 고금리 특판 RP를 판매한 이후 1년반 만에 연 5%짜리 상품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가 내놓은 이번 상품은 1인당 월 50만원 한도로 최대 연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 계좌개설일로부터 1년간 일괄적으로 연 5%를 주는 상품이 아니라 입금 금액별로 입금한 날부터 1년간 연 5% 금리를 적용한다.
하나금융투자는 고객 유치를 위해 이 상품의 가입대상을 신규 고객과 전전월말 기준 총 잔고 30만원 미만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잔고 30만원 미만인 비활동고객을 활동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또 내부적으로는 최초 입금액을 30만원으로 정해 신규 고객일 경우에도 바로 활동고객이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통상 증권사들이 고금리 RP를 출시해도 연 3% 정도가 최대 수준이어서 하나금융투자에는 RP를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총 200억원 한도지만 월 저축형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기에 판매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많은 금액을 팔수록 하나금융투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내부적으로는 "1년간 꼬박꼬박 입금할 필요가 없다. 첫 달에만 30만원을 넣고 그 다음은 잊고 방치하도록 하는 것이 해당 부서가 원하는 것"이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즉 활동 고객 수를 늘리되 많은 금액을 팔지는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현재 RP 수익률이 연 1.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RP 판매를 통해 3.5% 가량의 역마진을 보게 된다. 단순 계산해 연 5% 금리를 주는 RP를 200억원 규모로 완판한다고 하면 약 7억원의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91일간 연 3%를 주는 RP를 출시, 5000억원을 완판했다. 이 경우 역마진율 1.5%와 만기 3개월을 감안하면 18억7500만원 가량의 역마진이 예상된다.
연말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고객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 고금리 RP 출시는 증권사들이 마진이 좋을 때 고객을 확보해두려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당장은 역마진이 나더라도 만기시 다른 상품으로 유도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무료수수료 경쟁에 나선데 이어 과도한 역마진 상품까지 내놓은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좋은 기회일수 있으나 전체 증권업계의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만은 아니다"라며 "고객에게 서비스에 맞는 적절한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을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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