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수수료 이어 연 5% 역마진 상품까지…증권사 '출혈마케팅'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 2017.09.21 04:20

하나금투 연 5% RP 1년만에 재등장…한국투자증권 연 3% RP 5000억 완판, 19억 역마진 예상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한 연 3~5%대 고금리 RP(환매조건부채권)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거래수수료 무료 행사에 열중하는 가운데 역마진 상품까지 판매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다수 증권사는 특판 RP를 내놓으며 다른 금융상품 가입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신규고객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당장 역마진을 고스란히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의지다.

하나금융투자는 연 5%의 금리를 주는 월 저축형 RP(환매조건부채권)을 이번 주부터 판매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상반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 유치를 위해 연 5% 고금리 특판 RP를 판매한 이후 1년반 만에 연 5%짜리 상품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가 내놓은 이번 상품은 1인당 월 50만원 한도로 최대 연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 계좌개설일로부터 1년간 일괄적으로 연 5%를 주는 상품이 아니라 입금 금액별로 입금한 날부터 1년간 연 5% 금리를 적용한다.

하나금융투자는 고객 유치를 위해 이 상품의 가입대상을 신규 고객과 전전월말 기준 총 잔고 30만원 미만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잔고 30만원 미만인 비활동고객을 활동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또 내부적으로는 최초 입금액을 30만원으로 정해 신규 고객일 경우에도 바로 활동고객이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통상 증권사들이 고금리 RP를 출시해도 연 3% 정도가 최대 수준이어서 하나금융투자에는 RP를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총 200억원 한도지만 월 저축형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기에 판매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많은 금액을 팔수록 하나금융투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내부적으로는 "1년간 꼬박꼬박 입금할 필요가 없다. 첫 달에만 30만원을 넣고 그 다음은 잊고 방치하도록 하는 것이 해당 부서가 원하는 것"이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즉 활동 고객 수를 늘리되 많은 금액을 팔지는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현재 RP 수익률이 연 1.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RP 판매를 통해 3.5% 가량의 역마진을 보게 된다. 단순 계산해 연 5% 금리를 주는 RP를 200억원 규모로 완판한다고 하면 약 7억원의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91일간 연 3%를 주는 RP를 출시, 5000억원을 완판했다. 이 경우 역마진율 1.5%와 만기 3개월을 감안하면 18억7500만원 가량의 역마진이 예상된다.

연말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고객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 고금리 RP 출시는 증권사들이 마진이 좋을 때 고객을 확보해두려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당장은 역마진이 나더라도 만기시 다른 상품으로 유도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무료수수료 경쟁에 나선데 이어 과도한 역마진 상품까지 내놓은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좋은 기회일수 있으나 전체 증권업계의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만은 아니다"라며 "고객에게 서비스에 맞는 적절한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을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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