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야구선수는 가슴 파인 셔츠에 핫팬츠 입나요?"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7.09.26 06:25

일부 스크린야구, 여자 캐릭터 선정적 묘사에 고객들 '불편'

지난 16일 스트라이크존 한 매장에서 촬영한 여자 선수 캐릭터. 일반 야구복과 다른 의상을 입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직장인 A씨(여·26)는 며칠 전 회사 동료들과 회식 후 스크린 야구장을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화면에 나오는 여자 선수 캐릭터가 일반 야구복이 아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있어서다. A씨는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된 몸매의 여자선수가 가슴이 깊이 파인 상의와 짧은 바지를 입고 나왔다"며 "여성으로서 불쾌하기도 했지만 남자 동료들도 민망한 표정이어서 회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전국 160개 이상 매장을 둔 스크린 야구 업계 2위 스트라이크존이 여자 야구선수 캐릭터의 체형과 의상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이 운영하는 스크린 야구장에서 남자 선수 캐릭터는 일반 야구복을 입고 있지만 여자 캐릭터는 몸에 딱 붙고 노출이 심한 개조된 의상을 입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스크린 야구는 방마다 배치된 터치스크린으로 게임 참여자들이 각각 소속팀을 정한 뒤 선수 등록을 하고 개인플레이나 팀플레이로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남자 선수로 등록한 사람이 게임장에 들어설 경우 스크린에 남자 선수 캐릭터가 나오고, 여자 선수로 등록한 사람이 게임장에 들어서면 여자 선수 캐릭터가 나온다.

남자 선수 캐릭터는 보통 체형과 큰 체형 두 종류로, '강타자'가 나오는 설정일 경우 체구가 큰 캐릭터가 나온다. 하지만 여자 선수는 설정과 무관하게 짧은 팬츠를 입은 한가지 캐릭터만 있다.

지난 16일 남녀친구 3명과 스트라이크존 스크린 야구장을 찾은 여성 B씨(25)는 "여자 캐릭터가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은 채 허리를 숙이는 장면이나 짧은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내미는 장면은 야구와 어떤 연관도 없는데, 보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자야구대회' 장면. 실제로 여자야구 선수가 입는 야구복은 남자 선수의 야구복과 큰 차이가 없다. /사진제공=LG전자
실제로 여자야구나 여자소프트볼 선수가 입는 운동복은 남자 선수의 운동복과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남자 선수처럼 반소매 혹은 긴소매의 일반 상의와 긴 바지를 입는다.

B씨는 "여자 야구 선수들은 실제로 멀쩡한 복장을 갖춰 입는데 왜 스크린 야구 캐릭터는 개조한 의상을 입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남자 캐릭터는 보통 체형과 큰 체형으로 나뉘어 있는데 여자 캐릭터는 허리 잘록한 날씬한 몸매의 선수 하나"라고 지적했다.


스크린 야구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야구를 쉽게 할 수 있어 가족 모임이나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B씨와 동행한 남성 C씨(27)는 "남녀 캐릭터가 나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여자 친구들을 데려왔는데, 여성 캐릭터가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있어서 민망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스크린 야구 브랜드는 여자 선수 캐릭터가 따로 없다. 게임 시작 전에 남자·여자 선수를 따로 등록하는 설정은 없고, '난이도 모드'에 난이도가 비교적 쉽게 설정된 '레이디 모드'가 있다. 레이디 모드로 설정할 경우에도 스크린에는 남자 선수 캐릭터가 나온다.

지난 19일 다른 스크린 야구 브랜드의 한 매장을 찾아 확인해보니 이 브랜드는 여자 캐릭터가 따로 없고 모두 남자 선수 캐릭터로만 묘사했다. /사진=이영민 기자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는 뉴딘콘텐츠 관계자는 "게임성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다른 게임의 여자 캐릭터를 참고하다 보니 체형이 강조된 것 같다"면서도 "여성 캐릭터를 성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 캐릭터도 강타자의 경우 덩치를 더 크게 묘사하는 등 다양한 체형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또 "남성 고객뿐 아니라 여성 고객도 스크린 야구를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 여자 캐릭터를 도입했다"며 "아직은 여자 캐릭터가 하나뿐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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