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금융시장 건전성 규제와 버블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2017.09.21 04:53
지난 8월말 미국에서 개최된 잭슨홀 세미나는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함께 참석해 금융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재닛 옐런 의장도,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금융정책의 향방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과거 잭슨홀 세미나에선 중앙은행 총재들이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유도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반면 옐런 의장은 강연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2007~2009년 금융위기 시절에 도입된 각종 금융규제 조치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개정하려는 시책은 상당히 한정적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트럼프정권이 추진하는 금융규제 완화정책을 견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옐런 의장은 은행들이 자신의 계정으로 각종 증권에 투자할 것을 제한하는 ‘볼커룰’ 등의 일부 수정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건전성 규제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은 근본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FRB로서는 양적금융 완화 축소가 임박한 시점에 채권시장의 원활한 유통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규제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양적완화 효과와 완만한 경기회복세, 저물가·저금리 환경에서 자산시장이 과열될 것에 대한 경계심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선진국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자산버블과 금융위기, 이에 대처하는 금융당국의 성공 및 실패 경험에 대한 교훈이 중시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초에 발생한 일본의 자산 버블 붕괴는 당시 금융당국은 부동산 버블을 조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융자에 대한 총량규제를 도입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급락을 초래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이러한 일본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자산 버블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버블 붕괴 유도 정책을 의도적으로 실시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미국은 이러한 교훈을 통해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IT 닷컴 버블 붕괴를 큰 혼란 없이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러한 버블을 방치하는 정책 자세는 2008년 리먼 쇼크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고 세계 대공황의 가능성마저 대두하면서 수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버블을 적극적으로 붕괴시키는 정책은 피해야 하지만 버블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정책의 경우 경기나 물가 등 거시적 경제 환경에 맞게 운용되어야 하지만 자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건전성 규제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세로 인해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AI 확산 등 IT 혁명의 효과도 겹쳐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고 경기회복기에도 물가와 금리가 잘 오르지 않고 자산시장이 장기상승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금융건전성 규제를 탄력적으로 강화·완화 하는 유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 각국의 대폭적인 양적금융 완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금융건전성 규제 효과에도 힘입어 세계 경제는 심각한 자산 버블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적인 시기가 장기화하다 보면 금융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질 것이며 최근 비트코인 버블 붕괴와 같이 특정 자산에 대한 비합리적 기대가 누적될 리스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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