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국정원 '방송장악 문건' 대부분 실행됐다"

뉴스1 제공  | 2017.09.20 12:55

"인적학살·시사프로 퇴출·노조파괴 시나리오 드러나"
'후플러스' 폐지되고 노조원 10명 해고, 단협도 해지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기자회견 중인 최장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8기 노조사무처장(왼쪽)과 최승호 MBC 해직 PD. 2017.9.20/뉴스1 © News1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MBC 언론인들이 '국정원 방송장악 사례'를 증언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문건이 MBC에서 실제 어떻게 집행됐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대부분 국정원 지침대로 실행됐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먼저 문건에 나온 '인적학살'과 '시사프로그램 퇴출'이 모두 이뤄졌다고 밝혔다. 문건에 적시된 지역사 사장과 국장·부장급 간부들이 실제로 '물갈이' 됐고 문건에 등장한 시사고발프로 '후플러스'도 7개월 뒤 폐지됐다는 설명이다.

최승호 MBC 해직 PD는 "2011년 PD수첩 제작진 중 저를 포함해 1년 이상 된 6명을 한꺼번에 날렸다"며 "이 문건을 보고 사고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지막지한 결정의 배경에는 권력이 강력하게 개입한 압력이 실존하며 김재철 당시 사장은 그에 따라 이행한 것이라고 확실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PD는 또 "(언론장악을 다룬) 영화 '공범자들'을 만들면서 이들이 어떤 시나리오로 방송을 장악했는지가 빠졌다고 느꼈는데 그 내용이 마침내 나왔다"며 "다른 시나리오가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종적으론 청와대에서 정리된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 3월 이 문건이 작성되기 전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며 "신경민 앵커와 손석희 아나운서 등 채널 이미지에 핵심적인 진행자들을 바꾸는 건 자해와 같은 조치였지만 결국 관철됐다. 국정원과 궁극적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된 것이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MBC본부는 "끝없는 징계와 해고 역시 국정원의 공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 이후 3차례 파업을 거치며 조합원 10명이 해고됐고 216명이 대기발령·감봉 이상 징계를 받았다. 국정원 문건에는 '노영방송 척결'을 위해 노조활동을 사규에 따라 엄중히 징계할 것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정원 문건 중 '경영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상 개정에 착수하고 노조가 이에 불응할 경우 단협 해지를 통보해 원점에서 재협상한다'는 부분도 실행에 옮겨졌다고 MBC본부는 밝혔다. MBC는 2011년 1월 노조에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안준식 당시 노조 민실위 간사는 "단협교섭 기억과 국정원 문건을 맞춰보면 당시 사측은 건전한 노사간의 단체협약 개정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며 "국정원이 만들어놓은 시나리오대로 이행하고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무력화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해지하는 게 낫겠다는 국정원과 청와대의 판단대로 실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정원 문건에는 '건전 성향 노조위원장 당선을 측면 지원한다'는 내용도 기술됐다. 이를 두고 이근행 당시 노조위원장은 "이 문건에 의하면 저는 영구퇴출 당해야 할 건전하지 않은 위원장"이라며 "제 뒤에도 건전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았다는 게 다행이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18일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원장이 재임하던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과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2개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는 Δ인적쇄신·편파 프로그램 퇴출 Δ노조 무력화 ΔMBC 민영화 3단계 추진 방안 등이 담겼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