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맞벌이 1970·80년대생 엄마들을 울린 사립유치원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 2017.09.20 04:5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휴업 철회 기자회견을 연 뒤 학부모들과 국민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스1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데 그런 사립유치원을 어떻게 믿고 맡기겠어요. 운영비를 쌈지돈으로 여기거나 급식비리, 아동폭행 사건도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데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을 둘러싸고 혼란을 겪은 한 사립유치원생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주도한 유아 수준의 이번 휴업 소동은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불만을 넘어 분노를 드러내게 했다. 게다가 신중치 못한 휴업 번복 사태는 학부모들 뇌리에 사립유치원의 '집단이기주의'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승자박이다.

사립유치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휴업 카드를 내민 건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재정지원이 국공립 유치원보다 크게 부족하다며 이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번처럼 휴업예정일 하루 전날 이를 전격 철회하며 보육대란을 가까스로 피했다.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이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휴업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다. 사립유치원의 집단행동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립유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반면 정부는 돈을 지원받는 만큼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이를 둘러싼 갈등은 상존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이번 휴업 논란의 도화선이 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해 "개정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사립유치원들이 이번 휴업 논란을 계기로 성찰이 필요하다는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공립 비율 확대 비판이나 정부 지원액에 대한 형평성 문제 제기 등은 '반대를 위한 반대'나 떼쓰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장사의 대상으로 삼아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내야 돌아선 엄마들의 신뢰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도 사립유치원과의 해묵은 갈등 관계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립유치원에 공공성과 투명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을 통해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휴업 논란을 지켜보며 "원장이란 사실이 40년만에 처음으로 부끄러웠다"고 밝힌 한 사립유치원 원장의 말을 한유총 관계자들은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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