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면서 구조하라고요?"…소방관 부족인력 2만여명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7.09.18 16:41

지자체별 소방관 처우 들쑥날쑥…"文대통령 언급 국가직전환 구체적 계획 마련해야"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피해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강기봉 소방사는 구조현장에 투입돼선 안되는 '구급대원'이었다. 구급대원 특채로 임용된 그는 온산소방서 소속 구급대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강 소방사는 고립된 차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2명과 함께 회야강변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로 출동했다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숨졌다.

강원 강릉 석란정 사고로 소방관 2명이 생명을 잃은 가운데 소방관들의 근본적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방관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을 신속히 추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인 처우를 끌어올리고 인력 부족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은 4만4293명으로 소방기본법이 제시하는 기준 인력(5만2714명)보다 1만9254명 부족하다. 특히 화재 진압과 환자 구조 등에 필요한 현장 인력은 3만2460명에 불과하다.

일선 소방관들이 느끼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 일선 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10명이 3교대 근무를 해야할 것을 8명이 근무하고, 부족한 인력을 여러 지역 소방관들이 땜빵식으로 해결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은 그나마 낫고 지방은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또 다른 소방관도 "인명구조 할 사람도 필요하고 화재 진압도 해야하는데 불끄다 인명 구조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처우 개선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컸지만 실상은 제자리 걸음이다. 세월호 참사 후 국민안전처로 합쳐졌던 소방청이 다시 독립기관으로 분리된 정도다.

특히 국가직 공무원 전환은 소방관들의 숙원이다. 전체 소방공무원 중 1%만 국가직 공무원이고 나머지 99%는 지자체 소속 지방직 공무원이다. 현재 소방에서 사용되는 전체 예산이 4조590억원 정도인데, 이중 3조9540억원(97%)이 지자체 예산이다. 지자체 재원에 따라 소방관들의 장비와 처우 등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돼 화제를 모은 5년차 소방관의 월급 내역은 급여합계 182만8560원, 실수령액 156만9890원 등이었다. 위험수당은 4만5000원에 불과했다.

장비도 충분치 않다. 서울 일선 소방서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서울은 화재가 많아서 방화복을 2~3년에 한 번은 바꿔줘야 한다"며 "그런데도 내구연한이 5년이라며 일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법은 통과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 6개 법률안은 1년 넘게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국가직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는 동안 소방관들은 위험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국회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정신과 병원 진료 및 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지난해 5087건으로 4년새 10.5배 증가했다. 올해는 7월 말 3898건이다. 최근 5년 7개월간 자살한 소방관은 총 4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용산 소방서를 방문해 국가직 전환을 약속했는데 언제까지 하겠다는 실행 계획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 때도 국가직 전환을 하겠다고 했는데 못했고, 세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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