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에 이어 채용비리 의혹까지 두달 넘는 검찰 수사로 자금줄이 묶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0월이면 유동성 위기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해 KAI는 이번 달부터 임원 임금 20% 반납을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달 22일부터 임원 임금 20% 및 추석 상여금 반납 등 허리띠 졸라매기를 실시한다. 사무직 및 생산직 직원들은 복지, 성과급 등 임금 외 비용을 단계적으로 줄여 10% 정도 급여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10월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길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다음 달이면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임금 반납이 유동성 해결에 큰 도움이 안되겠지만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지난 7월 검찰이 국산헬기 '수리온'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KAI 사천 본사와 서울 사무소를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부터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하성용 전 사장도 지난 7월20일 사임하면서 두달 가까이 사장 자리도 공석이다.
회사채 등의 만기 연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KAI는 회사채 발행잔액 6000억원 중 지난 달 22일 만기가 도래한 2000억원을 보유한 예금으로 갚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KAI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감시대상에 포함시키며 신용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검찰수사가 지속되며 추가 기업어음(CP) 발행 등도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사실상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오는 모든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KAI는 수리온 등 납품도 중단되면서, 발주처로부터의 현금 유입도 막혀있다. 당장 KAI는 척당 250억원 가량 하는 수리온 20여대가 납품을 못한 채 대기하고 있다. 수리온 납품이 재개되면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유입된다.
KAI 고위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예적금 통장이 마이너스 881억원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다"며 "11월에도 현 상황이 지속되면 마이너스 금액은 230억원가량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섭 KAI 사장직무대행(부사장)은 지난 14일 전제국 방위사업청장 주재로 열린 방산업계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10월까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17조원 규모의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APT) 입찰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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