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어도 후회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죽음은 예고도 없이 불현듯 찾아온다. 고령화 시대에 힐다잉(heal+dying:마음 편히 살다 잘 죽는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여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준비하자는 취지다.
지난 14일 오후. 죽음을 체험해보기 위해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힐링센터를 찾았다. 외국인·연인·직장인 등 10대부터 60대까지 약 30명이 '힐다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임종체험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한달 8~10회 진행되는 임종체험에는 매달 300~350명이 참여한다. 직장인, 청년, 주부, 노년층부터 병이 있거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삶이 힘든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죽음을 경험해본 후 가족과 주변인의 소중함을 깨닫거나 남은 삶의 계획을 짠다.
한 50대 남성은 "죽을 때가 가까워 오니 생각이 많아지고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바쁘게 살다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추천해 임종체험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잠시 후, '죽음'에 대한 강의가 시작됐다. '생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주 표현할 것', '웃을 것'. 강의 도중 나온 영상에서 한 남성이 "평생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사랑과 행복을 아내가 죽기 직전에 알게 됐다. 이렇게 죽을 줄 몰랐다"라고 말하자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훔쳤다.
관들이 놓여있는 장소로 이동하자 수의를 입은 체험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각자의 관 옆에 앉아 유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였음에 감사하고 당신들의 아들임이 자랑스럽습니다. 저승에 가서도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아니였어서 미안합니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체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유언서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에 긴 한숨이 계속 나왔다. 그 순간 기자의 눈앞에는 주름지고 등이 굽은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순간이 그려지며 코끝이 시큰했다. 마지막 떠나는 길이 이토록 외로울 줄 알았다면 더 잘해드릴 걸.
눈물이 흐를 듯한 기분에 관뚜껑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뚜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체념하고 기다리던 1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관 뚜껑이 열렸다. 관 안으로 쏟아지는 신선한 공기가 새삼 반갑고 고마웠다. 환한 불빛 속에 사람들을 둘러보자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옆사람과 "앞으로 잘 살아봅시다"라는 덕담을 주고받은 후 2시간 임종체험이 끝났다.
짧은 입관 시간에 아쉬움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혜주씨(27)는 "강의보다도 유언서 낭독이나 입관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는데 이 시간을 더 늘린다면 죽음을 더 잘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정용문 센터장은 "임종을 앞둔 사람은 죽음을 준비하고,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허무한 죽음에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임종체험은 자신이 죽고 남겨질 사람들을 떠올리고 나 자신과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