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연임만 아니면 된다"…갈등하던 KB 1·2채널 연합?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7.09.14 17:50

KB노조 '대안 없는 반대' 배경에 'OB 영향력' 논란…노조 "조합원 뜻 반영, 다른 부적격 후보도 반대"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윤종규 회장의 ‘연임 반대’에 나선 가운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임절차 중단→찬·반 설문→연임 반대→경찰 고발’로 점차 목소리를 키웠지만 반대 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KB금융 안팎에선 “조합원 여론을 반영한 당연한 주장”이라는 평가와 ‘외부 출신’ 현 회장에 맞선 KB국민은행 전직 경영진(OB)들의 영향력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KB금융은 14일 오후 6시 회장 선출을 위한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3명 내외의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다. 최근 3년 재임기간 경영성과 등에 비춰 윤 회장의 포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 OB들은 모두 ‘1채널(합병 전 국민은행)’ 출신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와의 인연 탓에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4년 전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포함됐던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은 모두 1채널 출신이다. 김옥찬 현 KB금융 사장도 마찬가지로 1채널이다. 2채널(합병 전 주택은행)에서는 민 전 행장과 함께 숏리스트에 올랐던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중량감있는 인물로 평가받지만 카드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제재로 당분간 복귀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OB들의 영향력이 현재 KB노협의 윤 회장 연임 반대 결정에 영향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은행과 카드사는 주요 보직에 1·2채널을 안배하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며 “매번 인사 결과에 따른 채널간 불만은 존재했지만 손해를 봤다면 그만큼 다음 인사에 ‘요구’할 수 있었던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회장 취임 후에는 이 같은 채널 안배가 무색해졌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평가다. 대신 은행 시니어 그룹을 중심으로 ‘특정 학연, 지연, 또는 외부 인사 등에 요직이 편중됐다’, ‘1·2채널을 안배하던 예전이 낫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윤 회장이 은행과 지주사에서 임원으로 장기간 재직했지만 행원 출신은 아니라며 ‘외부 출신이라 조직 정서를 모른다’는 갖가지 불만도 존재한다.


국민은행 노조 주변에서는 OB와 시니어 그룹의 이 같은 불만이 노조의 ‘연임 반대’로 이어졌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윤 회장 연임 시 연말 대규모 쇄신 인사가 예상되는 반면 복귀한 OB가 회장 자리에 오르면 인연이 깊은 시니어 인사 재등용과 채널 안배를 통해 ‘예측 가능한 인사’가 이뤄지리라는 계산이다. 국민은행 노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채널 회장이 선임되면 은행장은 2채널에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1·2채널이 연임 반대에 뜻을 함께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KB 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12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 규탄 및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7.9.12/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정민 전 사장이 과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금융노조와 인연이 깊은데다 금융노조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다수 요직에 포진하면서 KB노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OB들 역시 행원 선·후배로 일했던 만큼 줄곧 경영진이었던 윤 회장보다는 심리적으로 노조와 가깝다”고 평가했다.

반면 KB노협은 OB의 연임 반대 ‘배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김 전 사장은 과거 노조위원장을 지냈지만 오히려 경영진으로 지냈던 기간이 더 길었던 분인데 아직도 노동계 인사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계열사 조합원 1만1000여명 중 6807명이 참여한 설문 답변에서 윤 회장 연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80%에 달했던 만큼 조합원을 대변하는 노조로서 연임 반대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KB금융 전체 직원은 2만8000여명이다.) 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CEO가 직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지만 연임 반대는 조합원의 뜻”이라며 “(윤 회장 외) 또 다른 부적격한 인물이 후보에 올라도 마찬가지로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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