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14일 오후 6시 회장 선출을 위한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3명 내외의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다. 최근 3년 재임기간 경영성과 등에 비춰 윤 회장의 포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 OB들은 모두 ‘1채널(합병 전 국민은행)’ 출신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와의 인연 탓에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4년 전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포함됐던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은 모두 1채널 출신이다. 김옥찬 현 KB금융 사장도 마찬가지로 1채널이다. 2채널(합병 전 주택은행)에서는 민 전 행장과 함께 숏리스트에 올랐던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중량감있는 인물로 평가받지만 카드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제재로 당분간 복귀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OB들의 영향력이 현재 KB노협의 윤 회장 연임 반대 결정에 영향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은행과 카드사는 주요 보직에 1·2채널을 안배하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며 “매번 인사 결과에 따른 채널간 불만은 존재했지만 손해를 봤다면 그만큼 다음 인사에 ‘요구’할 수 있었던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회장 취임 후에는 이 같은 채널 안배가 무색해졌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평가다. 대신 은행 시니어 그룹을 중심으로 ‘특정 학연, 지연, 또는 외부 인사 등에 요직이 편중됐다’, ‘1·2채널을 안배하던 예전이 낫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윤 회장이 은행과 지주사에서 임원으로 장기간 재직했지만 행원 출신은 아니라며 ‘외부 출신이라 조직 정서를 모른다’는 갖가지 불만도 존재한다.
국민은행 노조 주변에서는 OB와 시니어 그룹의 이 같은 불만이 노조의 ‘연임 반대’로 이어졌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윤 회장 연임 시 연말 대규모 쇄신 인사가 예상되는 반면 복귀한 OB가 회장 자리에 오르면 인연이 깊은 시니어 인사 재등용과 채널 안배를 통해 ‘예측 가능한 인사’가 이뤄지리라는 계산이다. 국민은행 노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채널 회장이 선임되면 은행장은 2채널에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1·2채널이 연임 반대에 뜻을 함께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정민 전 사장이 과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금융노조와 인연이 깊은데다 금융노조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다수 요직에 포진하면서 KB노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OB들 역시 행원 선·후배로 일했던 만큼 줄곧 경영진이었던 윤 회장보다는 심리적으로 노조와 가깝다”고 평가했다.
반면 KB노협은 OB의 연임 반대 ‘배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김 전 사장은 과거 노조위원장을 지냈지만 오히려 경영진으로 지냈던 기간이 더 길었던 분인데 아직도 노동계 인사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계열사 조합원 1만1000여명 중 6807명이 참여한 설문 답변에서 윤 회장 연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80%에 달했던 만큼 조합원을 대변하는 노조로서 연임 반대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KB금융 전체 직원은 2만8000여명이다.) 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CEO가 직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지만 연임 반대는 조합원의 뜻”이라며 “(윤 회장 외) 또 다른 부적격한 인물이 후보에 올라도 마찬가지로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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