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비 슈워츠 골드만삭스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2일(현지시간) 바클레이즈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2020년까지 매출을 50억 달러(5조6000억 원)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매출 확대보다 비용 감축에 집중해 왔던 골드만삭스가 공격적으로 전향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목표가 달성된다면,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수준의 매출액을 회복할 수 있다. 발표 영향에 이날 골드만삭스 주가는 2% 이상 뛰었다.
특히 더 눈길을 끈 건 골드만삭스 계획에서 주력 매출원이 '대출'이란 점이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일반적으로 채권, 주식 등 유가증권 트레이딩을 주 업무로 해 왔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50억 달러 중 20억 달러를 부유층 고객들과 기업 및 개인 대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주력 업무인 채권 트레이딩의 매출은 이 절반인 10억 달러로 기대했고, 나머지 20억 달러는 주식 트레이딩 등 기타 IB 업무로 벌겠다는 계획이다.
슈워츠 COO는 "계속된 낮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3분기도 트레이딩 측면에서 어려운 기간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래에 집중하겠다. 내가 집중한다고 말하는 건 완전히 집착하겠다는 의미"라고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슈워츠의 발언은 최근 다른 월가 대형 은행들이 내놓은 목소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임원들은 3분기 트레이딩 매출이 15~2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수년간 월가 트레이딩 매출은 제 자리 걸음을 해 왔다. 지난 2분기엔 5대 월가 대형 은행의 트레이딩 매출은 12% 줄었다. 지정학적 위험이 간간이 부각되곤 있으나 시장 변동성이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한 탓이다. 자산 가격 변동폭이 좁다는 건 이 자산을 사고팔아 차익을 내는 IB들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슈워츠는 지난해 말 출시한 일종의 인터넷 은행 '마커스'로 120억 달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마커스는 골드만삭스가 만든 온라인 개인 신용대출 플랫폼이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 골드만삭스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상품 다양화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부동산과 대체에너지 산업 등에 대한 대출도 확대하리란 관측이다.
그러나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골드만삭스의 변신에 회의적이다. 최근에서야 집중하기 시작한 대출 사업에서 단기간 내 이처럼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가 의문이란 주장이다. 금융 전문 IB KBW는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강점 밖에서 성장을 찾고 있다는 데 대해 다소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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