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 노조의 금융위 콤플렉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7.09.13 16:19
금융감독원 노조는 최근 금감원장 인선과 관련해 성명서를 세 차례나 쏟아냈다. 세 성명서의 공통된 키워드는 신임 금감원장이 아닌 '금융위원회'였다.

노조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내정되기 전인 지난 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금융위 출신 금감원장이 오면서 금융위 산업정책에 비판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며 "철옹성 같이 견고한 재무관료에 대항해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원장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융원장 내정자로 거론되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환영한다는 뜻이었다.

지난 6일 조 전 사무총장이 아니라 최 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는 곧바로 반대 성명을 내놨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 역시 금융위였다. 노조는 "(최 원장이 임명되면) 금감원장은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원장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11일 내놓은 성명서에서도 금융위가 빠지지 않았다.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 원장 임명을 제청하며 "금감원은 시장의 규제완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금융위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비판했다. 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민간 출신이 금융위를 더 잘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원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 원장이 이같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를 싫어하는게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금감원 내부에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진웅섭 금감원장 체제에서 시장 중심의 금융개혁을 위해 호흡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금감원의 권한이 이전보다 축소됐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금융회사 검사가 힘들어졌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금융위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가 권한 축소와 검사의 어려움 등에 따른 문제점을 합당한 근거를 들어 제기했다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간의 금융개혁으로 금감원 검사가 합리적인 선진국형으로 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 노조가 내놓은 세 성명서는 금융위와 힘겨루기에서 이기고 싶고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싶다는 관치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성명서에 대놓고 "(최 원장이 금감원장이 되면)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관치적 사고방식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증거다.

금감원은 채용 비리와 직원들의 불법행위 등으로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최근 행보는 '금융위 콤플렉스'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신을 우선 돌아보고 스스로를 쇄신하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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