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먹튀', 노드시스템 이금석의 말로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 2017.09.16 06:24

[MT 스토리]가짜주식 팔아 750억원 떼먹고 중국 도피했다 붙잡혀…1심 징역17년

"노드시스템이 중국의 통광미전자유한공사에 1억달러의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부품을 독점으로 공급한다"
"러시아의 NBK그룹에 금장 휴대전화인 '골드폰'을 1000만대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러시아 전역에 대한 와이브로 독점 사업권을 확보해 향후 10년간 20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홍콩의 후지테크에 방송시청 측정시스템인 'SCP 모듈'을 300만대 공급하기로 했다"

2000년대 정보통신기술(IT) 벤처기업이던 노드시스템의 이금석 대표(46)는 잇따라 '대박' 소식을 발표했다. 어떤 투자자들은 노드시스템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이 경계의 시선을 보냈지만 투자자들은 코스닥에조차 상장하지 않은 노드시스템의 장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 매체는 이 대표를 '미래를 여는 인물', '신경영인' 등으로 떠받들었고 그럴수록 노드시스템 주식에 베팅하는 투자자 수는 더욱 불어났다.

하지만 이 대표가 퍼뜨린 이야기들은 거의 다 거짓말이었다. 노드시스템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2007년 말 기준)인 부실기업이었다. 직원 수가 15명가량에 불과했으며 자체적인 제품 생산시설도 없었다.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돈은 2억원이 채 되지 않았고 보유하던 지적재산권은 거의 없었다. 매출 실적도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으로 1150억원 이상 부풀려져 있었다.

더 심각한 건 투자자에게 판 주식이 가짜였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상 주식을 샀어도 바가지를 쓴 상황인데 가짜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투자금을 100% 날린 셈이다. 당시 피해자 수는 1만명 이상, 피해금액은 2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2008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 대표는 잠적했고 공범들이 붙잡히자 2009년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는 악몽의 시간이 이어졌다. 충격으로 죽음을 맞은 피해자가 생길 정도였다. 전대미문의 '먹튀' 사건이었다.


다행히 이 대표는 2015년 10월 베이징에서 재중교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에 체포됐다. 이 대표는 가명을 쓰고 있었으며 검거되는 과정에서 공안과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의 수사당국은 이 대표를 지난해 1월 데려오고 2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1년 반가량에 걸쳐 1심 재판을 받은 끝에 최근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심규홍)는 이 대표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229억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가 너무나 큰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공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대다수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않았고 그 피해자들이 이 대표를 엄벌해달라고 탄원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힌 게 아니라 자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범행금액 750억원 중 450억원만 챙겼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3년 9월부터 2008년 9월까지 개인 투자자 3800여명에게 노드시스템의 가짜 장외주식 약 2억 주를 발행해 750억원가량을 뜯었다. 당초 예상됐던 피해 규모의 30% 정도만 증명됐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별개의 사기, 사문서위조·행사, 업무상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죄도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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