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사람' 노태강 "사직 요구, '장관 윗선 지시'라 들어"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7.09.12 20:26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65)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인사조치를 당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현 2차관)이 사직을 강요당하면서 "장관 윗선 지시"라는 말을 들었다고 박 전 대통령 앞에서 증언했다.

노 전 국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3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당한 뒤 사직까지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노 전 국장 증언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교류단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초 문체부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강모 과장이 그를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산하기관에 자리를 마련해줄 테니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달라"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이 "누구 지시인지 솔직히 말해봐라. 장관 지시면 장관을 만나겠다"고 항의하자 강 과장은 "장관 윗선 지시"라며 "장관도 곤혹스러워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이 사표를 제출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프랑스와 추진했던 장식미술전이 무산됐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추측 외에는 별다른 답이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노 전 국장이 2013년 4월 경북 상주 승마대회 이후 있었던 승마협회 감사 때문에 찍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회에서 정유라씨(21)가 준우승에 그치자 청와대는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찾아내라며 감사를 지시했다. 노 전 국장은 진재수 전 과장 등을 시켜 조사에 착수했고, 진 전 과장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등과 접촉한 뒤 '승마계에 파벌싸움이 심하다', '최씨 측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가 청와대로 올라가자 박 전 전무가 진 전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두고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 노 전 국장은 같은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련 보고를 받던 도중 노 전 국장을 다시 찍어 "이 사람 아직도 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노 전 국장은 결국 공직을 떠났다.

노 전 국장은 감사 당시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박 전 전무의 연락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노 전 국장은 "누구의 지시라고 하진 않았지만, 교문수석이 특정 담당자를 지정해 만나라고 하는 경우는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지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자신과 함께 '나쁜 사람'으로 찍힌 진 전 과장에 대해선 "소문을 듣고 불안해 하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전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이 증언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기는 했으나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노 전 국장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며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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