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번 버스 논란 확산… 시 "어머니 반대에 CCTV 공개 못해"(종합)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경환 기자 | 2017.09.12 17:43

서울시 "버스기사 출발 10초후 쯤 상황 인지…상황만으론 처벌 못해 면밀히 조사해 위반사항 발견시 처분"

서울 시내버스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함께 내리려던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와 해당 버스회사는 논란 해소를 위해 CCTV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CCTV 공개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전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는 '240번 버스 기사를 신고한다'는 내용의 민원글이 약 100건 가까이 게재됐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해당 240번 버스는 11일 오후 6시20분쯤 중곡차고지 방향으로 향하던 도중 건대역에서 정차했다. 건대역에 정차한 버스에서 아이가 내렸지만 아이 엄마 A씨는 많은 승객 탓에 미처 내리지 못한 채 버스 뒷문이 닫혔다.

A씨는 즉시 "아이가 혼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달라 요청했지만, 기사는 이를 무시하고 버스를 운전했다. A씨는 계속 울먹이며 정차를 요청하고, 지켜보던 승객들도 버스를 세워달라고 요구했지만 다음 정류장인 건대입구역에 도착해서야 하차할 수 있었다. A씨는 울면서 버스를 뛰쳐나갔다. 버스 기사가 뛰어가는 A씨를 향해 욕을 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아이를 잃어버렸던 A씨는 사고 직후 아이를 찾았다. 서울 자양1파출소 관계자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찾고 나서 신고가 아닌 간단한 상담을 위해 파출소에 들렀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조사에 나섰다.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논란이 된 240번 버스의 CCTV와 운전기사 진술 등을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한 다음 정식 수사에 들어갈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버스 기사가 A씨 요구를 묵살한 것이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6조에 따르면 '승하차할 여객이 있는데도 정차하지 아니하고 정류소를 지나치는 행위'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유기죄 적용도 가능할 수 있다. 김신 변호사는 "아이가 유기, 방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줬다면 형법의 유기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파문이 확산되자 진상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CCTV와 버스기사의 경위서를 통해 버스 내부 상황 등을 살펴본 결과 운전기사는 아이 어머니의 하차 요청을 버스가 출발하고 난 후 인지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CTV를 보면 사건 발생이 퇴근 시간대로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혼잡했다"며 "정류소에 16초간 정차하는 동안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0여명 정도의 승객이 하차했다. 어머니는 뒤쪽에서 하차 문으로 따라 나왔지만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문이 닫히고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기사는 차량이 출발한 후 10초가량 지난 뒤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머니가 하차를 요청했을 때에는 해당 버스가 이미 4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한 상태여서 하차시 사고 위험이 있어 다음 정류장인 건대입구에서 하차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모자이크를 전제로 CCTV를 공개하려 하는데 아이 어머니가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버스기사가 어머니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도 현재 CCTV로는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는 우리나이로 7세이며, 건대입구에서 내려서 건대역에서 어머니랑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주어진 상황만 갖고 버스기사를 처벌할 수는 없다. 친절 교육 등을 통해 재발 방지조치를 할 계획"이라면서도 "면밀히 조사해 위반사항이 밝혀지면 업체 및 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강조했다.

버스업체 관계자도 해당 버스기사가 아이만 내린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해당 기사와 직접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아이만 내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사는 통상적으로 못 내린 승객이 내려 달라고 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나중에 큰 소리로 부르고 옆에서 얘기가 나왔을 때는 이미 정차할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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