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밀의 방' 민정수석실 해부…드라마와 다른 점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7.09.12 04:31

[the300][런치리포트-청와대 사용설명서](3)민정수석 ①탈검찰·비권력화 추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비밀의 숲'이 현실정치와 흥미롭게 만난 지점이 사무실 비교다. 극중 핵심인물이자 검사 출신 민정수석으로 설정된 이창준의 집무실은 크고 화려했다. 민정수석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기에 '과연 그럴까' 의문이 일었다.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팀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28일 조국 민정수석의 협조로 '진짜' 사무실을 공개했다. 기자들도 이례적 공개행사(오픈하우스)가 아니고는 못보는 그야말로 '비밀의 방'이다.

문재인정부 민정수석실 구성. 2018.9.11./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포청천' 반부패, '저승사자' 공직기강, '靑 로펌' 법무= 드라마 속 모습이 화제가 될 만큼 어느 정부나 민정수석실은 특별히 많은 관심을 받는다. 독특한 업무 때문이다.

청와대는 국가 사정(司正) 권력의 최정점이다. 공직기강과 부패여부를 점검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의 검증도 해야 한다. 그 책임 부서가 바로 민정수석실이다. 활동이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도 열어보였던 오픈하우스 때도 민정수석 관할 사무실과 국가안보를 다루는 국가안보실은 문을 잠갔다. 조국 민정수석의 집무실만 열었다.

민정수석 아래 선임 격인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 등 4비서관 체제를 갖췄다. 수석실 기준 비서실에서 가장 큰 조직이다. 30여명인 정무수석실의 두 배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숫자는 비밀이다.

민정수석은 법무부-검찰총장과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한다. 청와대 인사위원회 멤버로 인사검증에도 참여한다. 민정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고 국정 관련 여론과 민심동향을 파악한다. 백원우 비서관은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정치인으로 민정 업무의 균형감에 일조한다.

반부패비서관은 '포청천'이다. 평소 공직비리 동향을 파악한다. 특별감찰반이 바로 반부패비서관 소속이다. 특감반은 고위공직자 등 비리를 상시 사정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박형철 비서관은 1수석 4비서관 중 유일한 검찰 출신이다. 날카로운 수사능력 덕에 별명이 '칼잡이'다.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 직원들을 가장 긴장시키는 자리다. '770-XXXX' 번호로 전화라도 걸려오면 당사자는 물론 주변에 있던 이들도 긴장한다. 청와대의 '저승사자' 격이다. 김종호 비서관은 감사원 출신으로 'FM 공직자' 스타일이다. 주변에선 역할 탓에 자신에게 더 엄격한 면도 있다고 한다.

법무비서관실은 각종 국정현안, 비서실 업무에 대해 법률 판단과 해석을 내린다. 내부에선 '청와대 로펌'으로 불린다. 김형연 비서관은 쪽방촌이 밀집했던 인천 괭이부리마을 출신으로, 인권보호를 강조해 온 판사 출신이다.


◇청와대만 있는 권력 핵심…탈검찰 추진= 민정'(民情)은 애매한 이름이다. 업무를 떠올리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일반 국민에게 민정수석은 다소 과장됐거나 왜곡된 이미지로 다가간다. 대통령 그림자 뒤에서 정보를 주무르는 실력자나, 각종 정치상황을 원하는대로 좌우하는 스핀닥터 등이다. 드라마 속 모습이다.

실제 민정수석실은 조금만 부주의하면 스스로 권력의 정점으로 치닫기 쉬운 구조다. 문재인정부의, 조국 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은 그런 스테레오타입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키워드는 '탈검찰' '비권력화'이다.

검찰색이 강했던 이전 정부 민정수석실이 반면교사다. 역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한 국정농단은 대개 민정수석이 검찰 권력을 쥐고 흔들면서 벌어졌다고 본다. 국정농단 사태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깊이 관여한 것도 반복해선 안 되는 과거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사법고시를 봤어도 검찰 출신이 아니거나, 아예 사시 출신이 아닌 이들을 중용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사시 출신도 검사도 아닌 조 수석을 발탁했다. 비서관 가운데 검찰 출신은 박형철 비서관뿐이다. 행정관들도 변호사 등 법조인과 정당, 시민사회 출신이 공존한다. 조 수석은 특히 개인적 인연을 가급적 배제하고자 했다. 민정수석실 4명의 비서관은 조 수석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과 거리가 멀다.

민정수석실 비교-드라마 '비밀의 숲' 장면/청와대 인스타그램
민정수석실 비교-실제 조국 수석 사무실/청와대 인스타그램

◇군림 않는 비권력화…평가는 = 인적 구성이 탈검찰이라면 업무에선 비권력화가 눈에 띈다. 조 수석은 합법적인 권력은 확실히 행사하되 이를 남용하거나 군림하지 않겠다는 점을 '팀컬러'로 설정했다. 권력기관에는 엄격하지만 국민에겐 온화하게 다가간다. 사적인 권력도 추구하지 않는다. 조 수석은 평소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눈·귀·발이자 국민의 입"이라 말한다고 한다.

대국민 접점도 늘렸다. 예전 같았으면 드라마와 실제 사무실 비교 요구에 '노코멘트'였겠지만 사진촬영을 허용했다. 실제 민정수석실은 드라마 세트보다 좁다. 벽면에 ‘청와대’라는 휘장도, 책상 위 큰 글씨 명패도 없다. 책상과 의자, 회의용 테이블, 유리문이 달린 책장 몇 개 정도다.

민정수석실은 요즘 각종 인사 후폭풍의 한가운데 있다. 검증부실과 책임론이 뒤따른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이 협의해서 인사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조 수석은 물론, 민정수석실 관계자들도 이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만큼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국 버전' 민정수석실의 변화를 평가하기가 아직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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