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되면 일자리 사라질수도…노동권도 '맞춤형 보장' 필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7.09.14 04:31

[보험산업 5대 현안 분석]<3>-① 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 지위 변동 논란

편집자주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보험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발표되며 실손의료보험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특수고용직 보호 입법에 따라 보험설계사 조직에 대한 변화도 예상된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더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5회에 걸쳐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는 한편 연금 활성화와 건강관리 서비스 도입 등 주요 정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국민 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 과제를 제언한다.

올해 보험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지위 변동이다. 보험설계사도 특수고용직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지위를 개인사업자에서 근로자로 바꿔 산업재해(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물론 설계사들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보험사야 산재보험 등의 가입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올라가 반대한다고 해도 보험설계사는 왜 근로자로 법적 지위가 바뀌는 것을 꺼리는 걸까. 설계사의 근로자 지위 획득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쟁점을 짚어본다.

◇산재보험보다 단체보험이 좋다는 설계사, 왜?=우선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모두 산재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 여부를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데 보험설계사는 영업시간과 업무장소 등을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활동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는 주말에 동창 모임에 나가거나 평일 밤 늦게 친척을 만나서도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무시간에 발생한 사고인지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도 일부 산재보험에 가입한 보험설계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위탁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제공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해 있다. 단체보험은 업무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질병이나 사고 발생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사는 보험설계사에게 제공하는 단체보험을 산재보험으로 바꿔야 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단체보험은 보험료를 회사가 100% 부담하는 반면 산재보험은 근로자 본인과 회사가 50%씩 내야 하기 때문에 설계사 입장에서는 비용 측면에서도 단체보험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보험설계사는 직업의 특성상 단체보험이 아니라도 만약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등 여러 건의 개인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아 산재보험에 대한 수요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2013년에 9개 생명보험사의 보험설계사 27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설계사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단체보험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75.7%로 산재보험(24.3%)을 택한 설계사보다 3배가량 많았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것은 결국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일 텐데 본인의 의사에 따라 단체보험과 산재보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단체보험에 가입했다면 산재보험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직 잦은 설계사에 실업급여? 철새 설계사만 양산=고용보험은 근로자가 회사의 감원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 실업급여를 지급
하고 구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보험 중 하나다. 문제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인 비자발적 사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에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고용직 16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보험설계사는 89.8%가 이직사유를 ‘자발적’이라고 밝혔다. 또 보험설계사 중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원한다’는 답변은 23%에 불과했고 ‘원하는 사람만 가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7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고용보험료 역시 근로자가 50%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는 굳이 비용을 부담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수급요건에 ‘소득 감소에 의한 이직’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보험사 반발이 크다. 도덕적 해이로 실업급여 누수가 발생하고 이른바 ‘철새 설계사’가 양산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설계사는 본인의 의도에 따라 소득수준을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의로 영업을 소홀히 하거나 고객의 보험 가입을 미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득감소에 의한 이직을 실업급여 수급요건에 포함할 경우 소득을 줄여 실업급여를 받은 뒤 다른 보험사로 옮겨 다니면서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계약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철새 설계사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고용보험도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본인의 선택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사업자도 보험료징수법상 사업자등록증 제출 요건이 완화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료징수법의 자영업자 특례규정에 따라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려면 1년내 발급한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한데 보험설계사는 사업자등록증 발급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하거나 고용보험 가입시 사업자등록증 제출 요건을 완화해 고용보험 가입을 설계사 선택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일률적인 노동3권 보장, 일자리 사라질 위기=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입법 권고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의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하고 직종별 실태 파악과 비교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인 노동3권 보장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에 기반을 둔 노동기본권을 강제하면 미래지향적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보험사는 보험설계사의 노동3권을 인정하면 단체협약으로 복리후생 확대 등 관리비용이 늘어나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저능률 설계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월소득 100만원 이하인 저능률 보험설계사는 5만7624명으로 전체의 30% 수준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는 가정주부와 경력단절녀 등 여성 및 고령자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용돈 정도 벌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 및 고령자가 대거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말 기준으로 생명·손해보험 전속 설계사 19만6796명 중 여성은 14만6101명으로 74.2%에 달하며 여성 중 50세 이상 고령자는 8만8326명으로 44.9% 수준이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권은 공장 등 제조업체 재직자 중심의 보호체계에 기반을 두고 논의되고 있다”며 “노동권 보장이라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근로자들이 각자 여건에 맞춰 일하기 편하도록 업종 맞춤형으로 노동권 보호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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