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어도 어려운 고전, 게임하듯 읽는 재미 필요”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9.10 15:23

진형준 전 홍익대 교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내놔…창작 가미한 청소년 위한 고전 축역본 20권

10년간 매달려 청소년을 위한 고전 문학 축역본 '세계문학컬렉션' 낸 진형준 전 홍익대 교수. /사진제공=살림출판사

“제가 읽어도 어려운 책은 아이들이 읽어도 어렵죠. 그래서 아이가 게임에 빠지듯 이 일에 매달렸어요.”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진형준(65) 전 홍익대 불문과 교수가 청소년들을 위해 지난 10년간 매달리며 최근 내놓은 ‘세계문학컬렉션’(살림)에 대한 소회다. 세계 고전 문학을 접할 때 느끼는 아이들의 ‘고통’과 ‘꺼림’을 생생히 포착해 3가지 원칙으로 이 책을 ‘다른 관점’에서 다뤘다.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변화를 보여주는 소설을 고르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고 문학평론가의 버릇을 버리고 역사적 배경에서 갖는 해석을 달아 맥락을 이해하도록 하자는 게 두 번째 원칙이다. 마지막은 문학성과 원전의 정신을 살리되, 뜬금없이 긴 설명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축역본(縮譯本)은 탄생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스탕달의 ‘적과 흑’, 괴테의 ‘파우스트’ 등 서양 고전문학 20편이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소설이 시집 크기 정도로 얇아졌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판형이 잊힌 고전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킬 듯하다.

진 전 교수는 “축역본이지만, 어느 부분에선 원작을 약간씩 가공해 새로 창작한 부분도 있다”며 “내가 문학작품을 읽으며 느낀 재미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전에 대한 ‘축역’은 직역에 대한 지루함을 던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의역과 창작으로 작가의 의도를 훼손한다는 부정론이 맞서며 여전히 논란거리다.

채수환(63) 홍익대 영문과 교수는 “고전의 완역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낡은 도전방식”이라며 “소설을 아무도 안 읽는 것보다 읽게 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다만 축역이라도 작가의 핵심을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고전의 완역을 대체하자는 의도가 아니다”며 “고전에 입문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느낄 때 가능성을 마련하고, 더 깊은 독해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이해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앞으로 100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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