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북한의 안보위협뿐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사드 국면은 정기국회 기간, 더 멀리는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국정동력을 좌우할 시험대다. 청와대는 10일 오전 특별한 입장발표 대신 관련 여론을 주시하며 상황 대응에 몰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휴식을 취하며 국정현안들을 점검한다. 공개일정은 없다. 참모들도 비슷하다.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회의를 갖는다. 특별한 회의가 아니라 일요일의 일상이다. 하지만 내부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북한의 위협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8일 사드 임시배치에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며 사드장비 진입 과정에 대해 "부상당하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적절한 위로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고조되는 북한 위협에 대해 방어능력을 높이지 않을 수 없고 사드가 그 유력한 방안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는 당혹스럽다. 북한 도발에 따른 안보위기 '해법'의 일부로 사드 임시배치를 결단했다. 그런데 그 결정이 국내 정치위기의 새 '원인'이 되고 있다. 전통적 지지층이 일부 이탈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사드의 효용성은 둘째쳐도 문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금요일 밤 예고에 없던 입장 발표는 이런 국면에 조급함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8일 밤 9시가 가까운 시간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앞서 이날 오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메시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일종의 간접 메시지를 전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어려운 시간에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가 나왔다.
'타이밍'에 대해 정교한 계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급했다는 뜻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타이밍을 생각했다면 대통령이 그 시간에 입장을 냈겠느냐"며 "'계산'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진정성을 봐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한 번으로 사드 배치 비판론이 누그러질지는 불확실하다. '100일' 허니문 기간은 끝났고 야권은 사안별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드는 단순한 국내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린 외교·안보 사안이다. 청와대는 국내적으론 문 대통령 메시지의 영향 등을 주목하면서 국제적으로는 강력한 UN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추진 등 대응을 모색 중이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라고 100% 다 잘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을 그동안 신뢰해 왔다면 '지금 왜 저런 행보를 할까' 한번만 더 생각해봐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9일) 북악산을 올랐다. 땀 흘리며 잠시나마 고민을 잊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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