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소년이 범죄자가 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7.09.08 05:00

[the L]

17살 민철(가명)이는 친구 6명과 함께 만취한 여중생을 집단강간해 붙잡혔다. 민철이는 "집단강간이 큰 죄인 줄 몰랐다"고 했다. 누구도 그게 왜 죄인지,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떻게 모를 수 있나' 싶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방치된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김광민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은 "오랜 시간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 의식 자체가 낮다"고 말했다.

청소년 강력범죄가 잇달아 일어나며 미성년자 처벌 연령을 낮추고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오른 '소년법' 폐지 청원에 24만여명이 찬성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들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개개인에 대한 비난만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족과 사회공동체 해체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8년째 청소년 재판을 맡고있는 천종호 판사는 "가족과 공동체 해체로 아이들이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능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청소년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법에 대한 이해와 도덕의식, 공감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은 없다. 배워야 한다. 가정에서 가르치지 못하면 사회에서 해야한다. 그런데 가정에서 돌봄받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최소한의 사회규범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 법과 제도는 '대안'을 두고 있지 않다. 한 번이라도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면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도 힘들다. 2006년 28%에서 2015년 42%까지 오른 소년범 재범률이 이를 방증한다.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처벌이 유일한 대안은 될 순 없다. 천 판사는 "약한 처벌을 받는다고 의도적으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처벌 수위를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를지 말지 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범죄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궁극적 해법은 될 순 없다. '한 순간의 분노'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와 내 아이가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한 문제여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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