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살면 나와"…무서울 것 없는 아이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17.09.07 15:28

반성없는 폭행가해자에 강력처벌 요구 여론 봇물…"청소년 교화 시스템 강화해야"

/사진=김현정디자이너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폭행사건'에 이어 '아산 집단폭행'까지 잔인한 청소년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조롱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청소년들이 범죄 자체에 무뎌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는 강력한 처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교화를 위한 교육제도를 함께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지난 1일 부산시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에서 만 14세와 만 13세의 여중생 4명이 또래 여중생 A양을 피투성이가 될 때 까지 공사장 자재, 유리병 등으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사진이 SNS 상에 유포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이 전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가운데 7월 벌어진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총 6명의 가해 여중·고생들이 피해자 B양을 강릉 경포 백사장과 자취방에서 7시간동안 주먹과 발로 때리고 가위로 위협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 충남 아산에서도 여중생들이 또래 여학생을 담뱃불로 지지고 성매매 강요를 하는 등 폭행했다고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잔혹 범행에 반성않는 태도까지…강력한 소년범 처벌 요구 봇물

<br>부산 폭행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친구와 대화를 나눈 메시지 내용.(위 사진은 원본 사진에 흑백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임.) /사진=뉴스1<br>

아이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10대들의 폭행에 놀란 국민들은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또 한번 놀랐다. 부산 폭행사건 가해자는 폭행 당시 "어차피 살인미수인데 더 때리자"라며 피해자를 거듭 폭행한 것에 이어, 사건이 공론화되자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반성하고 있으니 SNS글을 내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라고 되레 협박하기도 했다.

강릉폭행사건 피해자 언니에 따르면 강릉사건 가해자 또한 폭행에 대해 "피해자가 맞을 짓을 해서 때린 것"이라고 말하고 "한달 정도 (소년원) 살다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SNS 댓글을 다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0대 가해자들의 태도에 국민들은 청소년 범죄자에 완화된 형을 내리는 법률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청원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소년법 적용을 받은 가해자들은 범죄 행위가 전과에도 남지 않고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는 인식을 반복하고 있다"며 "소년법상 형사 처벌이 가능한 나이가 현재 만 14세인데 이를 만 12세로 낮추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들 "다 그런건 아냐"…"강력한 처벌아닌 교화위한 교육해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성인들과 달리 또래 중고등학생들은 오히려 성인들이 모든 청소년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C양은 "우리 중학생들에게도 이번 폭행사건은 너무 놀라운 일"이라며 "학교 과제로 신문 스크랩을 하고 있는데 당번 친구 11명 중 4명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년법 강화를 주장하는 기사와 칼럼 등을 선택해 제출했을 정도로 학생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2학년 D양은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주변에서 학교폭력 사례가 실제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어른들이 모든 청소년을 비행청소년으로 몰고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조회 시간에 훈시를 하고 학생들과 개별적 상담도 진행한다"며 "부산폭행과 강릉폭행사건은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학교폭력 해결책이 교화가 아니라 지나친 통제와 감시 등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처벌이 아니라 개선의 대상"이라며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실시되는 평가위주의 교육 체계는 좋지않은 평가를 받은 학생을 낙오자로 만든다"라며 "이기고 지는 것을 가리는 교육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인성 부분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방 뿐 아니라 학교 폭력이 일어난 뒤 보호관찰제도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과 강릉 폭행 사건 모두 가해자 일부가 범죄전력으로 보호관찰 중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관 한 명당 맡는 소년범 수는 100~150명이 넘는다. 이 교수는 "현행 소년범 관리제도는 지나치게 처벌과 감시에 집중돼있다"면서 "보호관찰제도 인원 확충 등을 통해 처벌이 아닌 교화 시스템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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