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찍은 공기업, '예산 펑크' 평창올림픽에 갹출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7.09.06 10:46

지원 요청받은 공기업 11곳 중 8곳 후원 가닥…상장공기업 주주이익 훼손·비지발적 참여·티켓판매 동원 등 논란 많아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운영비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원을 요청한 공기업 11곳 중 8곳이 후원금을 내기로 가닥 잡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공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하지만 △대통령 뜻에 좌우되는 공기업 의사결정 △상장 공기업 주주 이익 훼손 △경영평가 시 다른 공기업 역차별 △반복되는 티켓 판매 동원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평창올림픽 후원금을 30억~50억원 사이에서 검토 중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400억원을 요청한 강원랜드는 금액 규모를 최종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 10곳이 800억원을 내놓은 데 이은 후원 결정이다.

세 공기업은 지난 7월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소집해 지원을 요청한 평창올림픽 관련 11개 공기업에 포함된다.

당시 참석했던 가스공사, 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도로공사, 그랜드레저코리아(GKL) 역시 후원 방침을 정했다.

다른 참석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 철도공사, 인천공항공사는 내부 검토 중이거나 현금 지원 대신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재 평창올림픽은 총운영비 2조8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이 모자란다. 이 중 기업 후원금은 목표액(9400억원)에서 약 450억원이 부족하다.

공기업 후원에 따라 '운영비 펑크'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 민간기업 뿐 아니라 공기업 협조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후원 요청 취지다.

문제는 자발적인 참여 여부다. 공기업 후원 계획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연이어 공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전과 공항공사 모두 후원 배경으로 문 대통령과 이 총리 발언을 제시했다. 1년 전부터 이어진 평창올림픽 조직위의 후원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았던 공기업 의사결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 셈이다.


후원에 참여한 공기업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민간기업 지원이 끊겨 부족해진 평창올림픽 예산을 공기업이 메울 수 밖 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요청하는데 공기업이 돕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상장 공기업의 경우 주주 이익을 훼손할 여지도 있다. 이 총리가 찍은 공기업 중 상장사는 한전, 가스공사, 강원랜드, GKL 등 4곳이다. 수십억원~수백억원에 이르는 후원 결정은 재무건전성 악화→주주 배당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경영 지표가 악화된 한전, 가스공사에게 그 강도는 더 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전은 전기 요금 개편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조원 넘게 감소할 전망이다. 5년 뒤 당기순이익은 올해(1조7128억원) 대비 70.9% 감소한 4947억원으로 예측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6735억원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낸 한 교수는 "평창올림픽에 후원금을 냈을 땐 홍보 효과로 인한 브랜드 가치 제고 등 납득할 만한 비용편익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며 "후원 결정이 기업 이익을 수반하는 행위였는지를 두고 주주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과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연계한 정부 방침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평창올림픽과 직접 관계가 없는 공기업들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어서다. 기재부는 올해 초 경영평가 배점 기준을 변경, 공공기관의 평창올림픽 협조 및 지원 노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엠블럼·선수초상권 사용 등 올림픽 후원에 따른 대가가 제공되는 마당에 경영평가 혜택은 중복 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체육 관련 공기업은 컨텐츠 측면에서 올림픽에 기여해 경영평가 시 고려될 부분이 있다"며 "다른 공기업은 결국 돈을 얼마나 냈냐를 두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이 티켓 판매에 동원될 개연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일부 공기업에게 입장권 단체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1년 영암 F1 그랑프리 당시 논란이 된 공기업·지방자치단체 티켓 강매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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