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금값을 보며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 2017.09.05 04:30
언제나 그렇듯 통속적 재미는 정치적·경제적 의미를 압도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부인 루이즈 린턴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사진 때문에 재무부의 감찰까지 받게 됐다. 지난 6월28일 결혼한 이 커플은 54세의 돈 많은 헤지펀드매니저 출신 장관과 그보다 18세 연하인 미모의 배우간 결합으로 주목받았다.

다수 언론의 관심 역시 이 부부에 관한 가십에 집중됐다. 지난달 21일 미국 연방정부의 금괴가 보관돼 있는 포트녹스에 다녀오는 길에 생긴 일이지만 루이즈 린턴의 명품 자랑, 관용기 이용 등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졌다.

그러나 눈 밝은 이들은 왜 므누신 장관이 포트녹스에 갔는지를 따져 보고 있다. 므누신은 포트녹스를 찾은 역대 세 번째 재무장관이다. 1974년 이후 연방정부 장관 중 포트녹스에 간 것은 므누신이 처음이다.

이를 놓고 미국 의회가 정부의 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 오는 29일 파산한다는 점과 연관 지어 해석이 분분하다. ‘커런시워’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 등 일부 논자는 미국 연방정부가 온스당 42.22달러인 장부가를 시가로 평가해 돈을 조달할 것으로 본다.

금 신봉자들은 므누신 장관의 행보가 ‘통화로서의 금’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읽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금은 공급이 부족한데 미국 정부의 시선마저 금으로 향했다는 데 고무된 듯하다.

미국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지만 므누신 장관이 관광을 위해 포트녹스를 찾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그동안 금에 신경 쓴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다.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연기금 등 세계 750개 국가 투자기관의 금 보유액은 1년 전보다 377톤 늘어난 3만1000톤이었다.


1999년 이후 최대치일 정도로 금을 사들였는데 가장 많이 사재기한 국가가 러시아, 중국 등이었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의존도와 비중을 낮추겠다는 차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금위원회가 2010년 집계한 중국과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2010년 각각 1054.1톤, 641톤이었는데 지난 2월 기준으로 금 보유량은 중국 1842.6톤, 러시아 1615.2톤으로 늘었다. 그 앞의 순서는 미국 8133.5톤, 독일 3377.9톤, 국제통화기금(IMF) 2814톤, 이탈리아 2451.8톤, 프랑스 2435.8톤 등인데 7년새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이 같은 금 확보 추세 속에 국제 금값은 2015년 12월 바닥을 찍었다. 지난 1일엔 온스당 1324.50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급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금에 대한 베팅이 늘어났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8일 92.14로 연저점까지 밀렸다.

국내에서도 금값은 강세다. KRX 금값은 4일 연중 고점을 나타냈다. 트럼프의 ‘분노와 화염’ 발언 외에 정부와 여당의 법인세 인상 방침, 8·2 부동산 규제 등 국내 요인이 누적된 데다 지난 3일 북한의 핵실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방향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와 달러약세 기조 속에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금’으로 몰릴 가능성은 당분간 높아 보인다. 문제는 기축통화도 아니고 안전자산과 거리가 먼 ‘원화’의 운명이다.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는 몇 가지 정책, 복지예산으로 인해 늘어날 적자재정, 발동이 걸린 물가 앞에서 원화는 취약하다. 새 정부 정책의 ‘경제적 결과’가 파괴적이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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