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해진 총수 지정이 아쉬운 이유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7.09.04 03:00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GIO(글로벌투자책임)를 공시기업대상으로 신규 지정한 네이버의 동일인(총수)로 기재했다. 결론 여부를 떠나 네이버 총수 지정 논란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과제들을 던졌다. 그 첫번째가 현행 기업 규제들이 달라진 시대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 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 개념을 무조건 부여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시각이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라는 네이버의 주장은 아예 일리가 없진 않다. 네이버는 모기업이 자회사를, 자회사가 또 손자회사에 100% 지분을 투자하는 구조다. 기존 기업집단들이 소량의 지분으로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해왔던 재벌기업들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지배구조는 오히려 글로벌 IT 산업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4대 닷컴 기업의 창업자 중 10%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이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16.63%) 뿐이다. 경영 성과에 따라 창업자나 경영진이 쫓겨나고 고소를 당하는 일은 다반사다. 이 GIO 역시 자신이 언제든 주주들의 판단에 따라 물러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직원들에게 얘기해왔다.


글로벌 IT 업계 창업자들의 힘은 지분이 아닌 능력과 신뢰에서 나온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었던 것 역시 지분율이 아닌 그가 보여온 사업적 능력과 신뢰 때문이다. 사망 당시 잡스가 상속자에게 남긴 애플 지분은 0.59%. 그가 1985년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날 당시 갖고 있던 지분(약 10%) 보다도 적다. 현재의 네이버로 성장시킨 이 GIO 사업감각에 대해 아직도 많은 주주들이 신뢰를 보낸다. 이 GIO의 총수 지정을 두고 네이버와 관련 업계에서도 아쉬움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할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해외 사업에 총수 지정이 부정적인 편견을 줄 여지가 없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인을 옥죄이기보다 오히려 선진 투명 경영구조 정착이 장려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논의가 촉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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