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적 경고를 받은 CEO는 연임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겐 사실상 시한부 선고였다. 이 행장은 곧바로 사퇴를 발표했지만 임 회장은 금융당국과 맞서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더 강력한 징계인 '직무정지'를 받았다. 임 회장은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발했지만 KB금융 이사회가 임 회장에 대한 해임을 결의하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4년 금융권을 발칵 뒤집었던 'KB금융 사태' 얘기다. 그해 5월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이 행장과 이사회의 갈등으로 촉발돼 결국은 KB금융의 회장과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행장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사건이다.
서열 원투(1·2)간 싸움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엄청났다. KB금융 임직원 90여명이 제재 대상에 올랐고 KB금융 사외이사들도 모두 비난 속에 물러났다. 경징계와 중징계 사이를 오락가락한 금감원도 책임론에 시달렸고 두 달 후 최 원장의 경질로 이어졌다. 최종구 당시 금감원 수석부원장(현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장 교체와 함께 사표를 냈다.
3년이 지난 1일 KB금융이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윤종규 회장이 연임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의 연임 여부가 아니다.
이번 선출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스템이다. 지금의 KB금융 지배구조 시스템은 3년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금융권 전체의 결과물'이다. KB금융의 이번 회장 선출은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처음으로 스위치를 눌러보는 것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까지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매끄러운지가 핵심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이든 교체든 후보군에 오른 모두가 결과에 승복하고 시장이 납득할 수 있어야 성공이다.
갑작스런 회장 유고로 새 회장 선출에 나섰지만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BNK금융그룹이나 내부 권력 다툼으로 회장이 흔들리고 있는 DGB금융그룹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면 '실패'다. 실패한다면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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