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터넷뱅크와 기존 금융권의 변화

머니투데이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 2017.09.03 15:41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전례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 출범은 금융권에 새로운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직 서비스 자체만으로는 크게 차별화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진정한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신규사업자들은 아직 데이터와 자본 토대면에서 규제 체계상의 혼란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금융권을 뒤흔들만한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적극 해소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각자의 사정에 맞는 예금·대출상품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선택권과 소셜네트워크와의 매끄러운 연계는 분명 차별화된 전략이다.

둘째,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디지털 네트워크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초연결 환경에서의 금융서비스 전달은 기존 채널보다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셋째,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의 법적 위치 부여라는 신뢰 토대를 넘어서 좀더 다양한 참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신뢰 토대와 자율중시 분산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수수료 절감과 특정 인증절차를 강요하지 않는 편리한 송금서비스는 금융영역 개방의 대표적 산출물이다. 이처럼 신규사업자들은 기술을 통해 금융 안정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기존 공급자 중심의 접근성과 혜택 제한을 극복하고 있다.

새로운 주자들의 성공적 출현으로 기존 은행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대일 경쟁구도에서 기존 은행들과 직접 비교는 이르다. 신규사업자들이 기업금융 및 자본시장 업무 등 금융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하기는 아직 무리다. 그러나 미래 금융 생태계의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규제 환경의 변화 가능성만 엿보인다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더 저렴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안정을 위해 강조됐던 옥상옥의 규제 체계와 과잉보호로 기존의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법규 준수 부담의 인질로 잡혀 있다. 분명 기존의 프레임하에서 은행권이 새로운 고객층에게 다가가기에는 고정 비용이 과다하다. 업무 영역도 넓고 기존 자본 토대나 규제 관련 부담이 워낙 무거워 고객 니즈 파악에만 주력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들은 고도로 분화된 사일로식의 공간에서 각자는 최선을 다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서비스가 여러 곳에서 제공될 뿐이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몸집이 가볍고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무장해 새롭게 연결된 세상의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유리하다.

환경이 변하면 경제 주체들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생존원칙이다. 따라서 분명 미래에는 데이터 분석을 전제로 고객 니즈의 파악이 우선돼야 하며 협업 차원의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연 이러한 생존 패러다임으로 누가 빨리 적응하는가에 따라 금융권의 판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 걸음마 단계인 인터넷전문은행이 미래 은행의 모습이다. 미래 은행은 일부 거대 은행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주도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전문역량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연결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역량에 따라 거대 플랫폼 구축이 가능하지만 공정경쟁의 틀안에서 플랫폼 참여자들의 권익은 보호돼야 한다. 따라서 현 카카오뱅크의 돌풍이 시사하는 바는 연결된 소비자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환골탈태의 개방적 지배구조 차원의 개혁이다.

반면 디지털 디바이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도록 당국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공정하고 경쟁적 생태계를 지켜내야 한다. 유럽의 PSD2(결제서비스지침)와 같이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은산분리원칙을 전향적으로 제고함으로써 공정하면서 소비자가 보호되는 합법적 활동영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현상유지적 안정노력 때문에 미래를 이끌 새싹들을 말려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 환경을 주도할 은행의 재탄생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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