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900원 '편의점 포차' 열풍… "아무리 먹어도 만원"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7.09.01 06:25

평일 저녁 손님 북적, 꺼내고 데우고 치우기 '셀프'… "가성비 좋아" "양질의 식사로는 무리"

기자가 친구 1명과 시킨 안주와 술. 바비큐치킨 통조림(3800원), 알땅콩캔(3800원), 소주(1900원) 등의 상차림으로 총 9500원을 냈다. 일부 '편의점 포차'는 고객 방문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이처럼 오후 8시 이전 입장 고객에게 즉석라면(2500원)을 무료 제공한다. /사진=이재은 기자
"벌써 많이 먹었는데 만원 정도밖에 안나왔어요. 이제부터 여길 우리 아지트로 하려고요."(20대 직장인 A씨)

과자, 건어물, 통조림, 냉동식품 등 쭉 진열된 제품 중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골라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가져간다. 계산한 음식은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해 먹는다. 편의점 얘기가 아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편의점 포차(포장마차)' 얘기다.

이곳에서는 편의점과 같은 가격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안주를 고른 뒤 직접 조리해 술안주로 즐길 수 있다. 2~3명이 음식을 푸짐히 골라 담아도 만원이면 끝. 술 몇잔을 곁들이면 2만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소주와 생맥주 모두 19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포차'에서는 컵라면과 '한강라면'으로 불리는 즉석라면을 구입해 먹을 수 있다. 닭발, 막창, 볶음밥, 만두 등 다양한 냉동식품도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음주 문화 변화로 술집이 하루 10개 이상씩 사라지고 있지만, 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얇은 지갑을 공략한 '편의점 포차'는 오히려 점포와 매출이 늘고 있다. 수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오후 7시, 기자가 친구 1명과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 포차를 찾았다.

평일 오후 7시임에도 벌써 5명씩 3테이블이 찼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성오 사장은 "오피스촌이라 거의 이 시간 술집은 물론이고 음식점도 사람이 없다"며 "주변 전집과 고기집은 아직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 한 두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 번이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1600~1700원 하는 소주를 이곳에서는 1900원에 파는 데다 다른 음식들 마저 편의점값과 비슷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궁금해졌다. 이 사장은 "다른 술집에 비해 사람이 많이 와서 '박리다매'를 노릴 수 있는 데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의점 술집'에는 직원이 필요없다. 요리, 서빙, 뒷정리 모두 편의점처럼 손님들이 직접하기 때문이다. 직원 한명이 계산대 앞에서 손님이 가져온 음식을 계산만 해준다.


'편의점 포차'는 손님이 직접 고른 음식을 구입해 만들어 먹은 뒤 뒷정리까지 한다./사진=이재은 기자
오후 8시가 되자 손님들이 밀려 들어왔다. 10개 넘는 4~6인석 테이블 중 8개가 찼다. 대학생 등 젊은손님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0~50대 손님이 절반을 차지했다.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회사원 최모씨(44)는 "직장 근처라 벌써 8월에만 5번째 왔다"며 "1차든 2차든 한두잔씩 부담없이 간단하게 술 마시고 갈 수 있어 즐겨찾는다"고 말했다. 그와 동료들은 봉지과자와 건어물을 안주로 고른 뒤 몇 병째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후 8시가 되자 '편의점 포차' 테이블 대부분이 손님으로 찼다. /사진=이재은 기자.
'편의점 포차'는 부담없이 들어와 한 두잔 즐기고 가기 제격이다. 전모씨(50)와 그의 딸(25)은 맥주 1잔과 '한강라면'이라 불리는 즉석라면 1개를 둘이 나눠먹은 뒤 자리를 떴다. 전씨는 "저녁을 먹은 뒤라 조금만 시켰는데, 눈치도 주지 않고 편하다"고 말했다.

오후 9시, 모든 테이블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이때 들어온 이들 대부분은 앞서 저녁을 먹었다. 대학생 정윤주·김지은·윤예진씨(24)는 "1차로 곱창집, 2차로 와인바를 다녀왔다"며 "와인바에서는 짜파게티가 7000원이었는데, 여기서는 2500원이여서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벌써 라면 2개에 소주 3병을 먹었는데도 만원 정도밖에 안나왔다"며 "이제 김말이, 떡볶이, 황도, 생맥주 등을 먹을 건데 2만원 정도만 더 쓰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 포차'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음식이 부실하다는 것. 가게에 들어와 둘러본 뒤 바로 나간 50~60대 여성 3명은 "인스턴트밖에 없다"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니 싼 것 아니겠나. 별로 다시 찾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 포차' 음식들. 닭강정, 만두, 막창, 콘샐러드, 짜장라면, 해물라면, 생맥주 2잔에 오징어까지 더해 3만5000원이 나왔다./사진=이재은 기자
친구와 저녁식사 겸 술을 먹으러 온 직장인 류모씨(27)는 "만두, 막창, 콘샐러드, 닭강정, 즉석라면 2개, 오징어에 생맥주까지 푸짐하게 시켜 3만5000원이 나왔는데 모두 인스턴트 식품이어서 그런지 헛배 부르는 느낌에 음식이 금세 물렸다"면서 "식사로 든든히 먹을 생각에 오기보다는 가볍고 편하게 안주와 술을 즐길 때 찾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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