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후폭풍…추가소송 잇따를 듯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7.08.31 11:54

100인 이상 사업장 기준 현재 진행 소송 115개사…법 규정 미비, 입법 절차 시급

법원이 기아차 통상임금 사건을 판결한 31일 서울 서초구 기아차 사옥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법원이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 소급 지급을 선고하면서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100여개 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용부가 1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올 8월 기준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위아·한국GM·쌍용차·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현대제철·대한항공·삼성중공업·두산중공업·현대미포조선·우리은행·현대오일뱅크 등 115개사에 달한다.

2013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통상임금 소송을 겪은 사업장은 전국 192개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에서만 현재 35개사가 99건의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 계류가 48건(46.6%), 2심 계류가 31건, 3심 계류가 20건이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기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하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하지 못한다는 취지(소급지급 관련 신의성실의 원칙)로 판결했다.

기아차 1심 판결을 두고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심 판결 직후 "재판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이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선 노사갈등과 추가 소송을 막기 위해선 법으로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무 등 각종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급여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정부의 행정해석과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법원에서도 사건마다 판결이 제각각인 경우가 적잖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을 인용해 6300억원 지급을 판결했지만 2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을 이유로 지급을 면제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위아 등은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지 못했고 만도는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은 채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기본급이 올라가면 수당도 올라가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특히 주말 잔업이나 특근이 잦은 자동차산업의 경우 통상임금 범위가 인건비의 핵심 요소가 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이윤배당금, 불규칙한 상여금, 가족수당, 임시지급 임금 등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법으로 규정했다.

국내에선 20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각각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렇다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국회를 찾아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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