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명분으로 추진됐던 골프장 88컨트리클럽 매각 작업이 중단된다. 골프장 소유주인 국가보훈처가 매각 방안을 철회키로 방침을 정하면서다. 보수정권에서 추진됐던 자산 매각과 복지 축소 중심의 공공기관 개혁 정책이 큰 틀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피우진 보훈처장은 88CC 매각 계획을 어떻게 구체화시키겠느냐는 김 의원의 서면 질의에 "매각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피 처장은 이와 관련 "88CC는 매년 100억원 내외의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 국가유공자 복지재원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며 "상이군경회 등 보훈단체의 강력한 매각 반대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88CC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용인에 36홀 규모로 조성된 회원제 골프장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재무부(기획재정부) 국유지를 기증받아 조성됐다. 매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 보훈기금에 포함시키는 알짜배기 공기업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8%로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 영업이익률 1위였다.
MB(이명박)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의 일환으로 88CC 매각을 결정했고, 2009년 첫 매각 추진 당시 이랜드그룹과 부영건설, 외국계 사모펀드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매각 가격에 인수 후보자들이 난색을 표하며 매각이 흐지부지됐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등 2009~2012년 총 네 차례 매각입찰이 이뤄졌지만 모두 유찰됐다.
매각이 무산된 데는 부동산 경기 등락과 높은 매각가격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지만 상이군경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발도 한몫했다. 당시 계획대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가야 할 골프장 수익이 민간기업에 돌아가고 수천억원의 매각대금은 그대로 정부가 챙기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상이군경회는 88CC가 국가유공자 연금으로 건설됐다는 입장이다. 6.25와 월남전을 거치며 상이군경과 유가족의 수가 급증하자 정부가 지속적인 지원예산 확보를 위해 국유지를 확보한 후 연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고 그 돈으로 골프장을 지었다는 거다. 실제 연 100억원 이상의 현금 수입은 보훈기금에 보태져 상이군경들에게 전달됐다.
문재인정부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보훈처가 매각 방침을 철회하면서 9년 보수정부 기간 설정된 공공기관 개혁 방안이 단계적으로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B정부는 임기 막판 공공기관 민영화를 큰 폭으로 추진했고, 박근혜정부는 임기 초기부터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해 지지율 반등의 카드로 삼았다. 박근혜정부는 특히 공공기관을 '신의직장'으로 규정하고 복지혜택과 급여를 대폭 줄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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