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는 왜 유죄일까?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7.08.25 19:56

[the L] (상보) 재판부, 대가성·朴-崔 공모 인정…정유라 승마·영재센터 지원 '유죄'로 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법원이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포괄적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법원은 뇌물 혐의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무죄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중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의 대부분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전체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의 핵심 쟁점이었던 '부정한 청탁'과 관련,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삼성그룹의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 같은 개별 현안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정부 정책에 포괄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정유라 승마지원 '유죄'…"朴-崔 공모 인정"= 재판부는 삼성이 정씨의 승마 지원 명목으로 건넨 총 77억9000여만원 가운데 72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최씨와의 공모에 따른 정씨 개인에 대한 지원 요구임을 이 부회장 등이 알고 있었던 점, 최씨 측에 대한 금품 제공이 은밀하게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할 때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마필수송차량 구입비 5억원 상당은 삼성전자 소유로 돼 있어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승마 지원에 대한 뇌물 혐의의 핵심 쟁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 여부였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돌아간 이익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이 미흡한 경우 강하게 질책하고 임원 교체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임원 교체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최씨가 관련 내용을 수시로 전달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논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영재센터, 崔 사익추구 수단"= 삼성이 최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은 전액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영재센터 후원계약의 타당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진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청탁의 목적이 없었다면 이처럼 허술하게 지원을 결정했을리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영재센터가 최씨의 사익추구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최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지원을 요구했고 이에 이 부회장 등이 지원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지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강압"=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총 204억원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두 재단이 최씨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었고 박 전 대통령이 이에 적극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부회장 등이 이를 알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기업인 입장에선 청와대의 지시를 쉽게 거부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삼성의 출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재단 설립 및 출연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주도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던 점, 박 전 대통령의 재단 지원 요구는 구체성이나 직접성 면에서 승마 지원이나 영재센터 지원과 차이가 있었던 점 등을 감안했다"고 무죄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횡령·위증 등도 '유죄'=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여기서 파생된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일부 유죄로 결론내렸다.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실제로는 뇌물을 제공하는 것인데도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속여 최씨가 있는 독일로 재산을 보냈다고 본 셈이다. 또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승마 관련 지원 등을 보고받지 못했고 최씨와 정씨를 모른다는 등의 거짓 증언을 한 혐의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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