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리포트] 최저임금 안 지키면 3배로 물어줘?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 2017.08.28 05:01

[the L] 김영주 고용부 장관 "최저임금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해야"…"변호사 비용에 장기간 소송 부담" 실효성 우려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이란 목표 아래 내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16.4% 인상한 가운데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까지 추진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과 실효성이 낮고 일자리 감소란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기업이 저지른 불법 때문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기업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미준수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강제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8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 있다. △하도급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제조물책임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기간제·단시간근로자 보호법 등이다. 이들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최저임금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여기에도 최대 배상액은 피해액의 3배로 설정될 공산이 크다.

현행 법상 최저임금법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13.6%로,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6000명 가운데 266만3000명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올 상반기 편의점, 패스트푸드 등 399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33곳(5.8%)이 종업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장관이 최저임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방침을 밝힌 것은 이처럼 낮은 최저임금 준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벌금보다 더 높은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급여를 덜 줘서 얻는 이익보다 징벌적 손배배상으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이 더 크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논리로 최저임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강정규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는 "불법행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너무 가볍게 판단하는 현재의 판례 경향을 볼 때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최저임금 자체가 기업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될지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혁규 변호사(도언 법률사무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결국 소송을 거쳐야 하는데 일반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소송을 걸기가 쉽지 않다며 "대부분 받아야 할 임금은 소액인 반면 변호사 비용은 부담이 큰데다 통상 판결을 받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 문제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하는 기업 또는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려 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기업 임원은 "최저임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직장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임금 부족분을 선지급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됐다. 한 변호사는 "정부에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한 금액을 우선 지급한 뒤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해 재원을 충당하는 등의 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방안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달리 소송을 거치지 않아 근로자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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