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먹거리안전지수로 '계란 쇼크' 재발 막아야

머니투데이 채원배 산업2부장 | 2017.08.25 04:40
'값싸고 싱싱한 계란은 없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알게 된 슬픈 진실이다.

중장년층의 기억 저편에 남아 있는 계란장수의 외침은 애초부터 거짓말이었을 것 같다. 주택가 골목을 누비며 확성기로 "계란이 왔어요. 값싸고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라고 외쳤던 그 말 말이다.

마트와 슈퍼, 편의점이 활성화하면서 계란장수는 사라졌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지기 전까지 장수의 그 말은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계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파동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포비아'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축산농가 등에 대한 분노는 계란 소비 급감으로 이어졌고 계란 산지가격은 사태 후 1주일 만에 25% 급락했다. '친환경' 타이틀이 붙은 상당수의 계란도 '살충제 계란'으로 드러나면서 계란 소비는 한동안 더 줄 것으로 보여 급락세는 지속될 듯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살충제 계란'을 하루에 126개까지 먹어도 괜찮고, 평생 하루 2.6개씩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양계협회가 친환경 인증을 스스로 반납하고 정부가 새 기준을 마련하면 그때 제대로 된 인증을 받겠다고 했지만 친환경이 설 자리는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관피아' '농피아' '친환경 인증 남발' 등이 이런 사태를 일으켰지만 좀 더 냉정히 들여다 보면 정부 정책에서 '먹거리 안전'은 늘 '물가' 뒷전이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A4용지보다 작은 케이지와 공장식 밀집사육은 우리에게 충격을 줬지만 이 케이지가 역설적으로 밥상물가 급등을 막는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계란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중 가중치 기준 90위권을 차지할 만큼 국민 생활과 밀접하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할 때도 계란값 급등은 물가에 즉각 반영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계란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식 밀집사육은 자연스럽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었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자유무역협정(FTA)에 대응해 대폭 늘어났다.

이같은 사육방식의 급증은 안전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전 정부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단독 보도한 '살충제계란 예방 대책, 우병우 민정수석실이 막았다'는 기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부처가 계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계란 및 알가공품 안전관리 대책'을 2015년 가을 마련했지만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시행을 막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을 박근혜정부 내지 과거 보수정권 10년간의 잘못된 정책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시계추를 더 돌려보면 참여정부 역시 소비자 안전에선 구호만 요란했다. 2005년 당시 재정경제부가 식품·의약품 등 소비자안전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발표만 하고 흐지부지 된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사과하고, 불협화음을 일으킨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가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게 제대로 될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생리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식품과 의약외품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말뿐이 아니라 소비자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뜯어 고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불신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것이다. 이슈가 터질 때만 땜질식 처방을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과거 흐지부지된 소비자안전지수를 다시 정비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방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안전지수의 범위가 광범위해 마련하는데 시일이 걸린다면 먹거리안전지수라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지수를 산정해야만 먹거리 안전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으로 이슈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기를 반복할 것이고, 안전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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