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은 왜 모두 회전문을 달까…도시를 움직이는 과학의 원리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8.26 06:34

[따끈따끈 새책] ‘사이언스 앤 더 시티’…과학은 어떻게 도시를 작동시키는가

탤런트 겸 가수 김창완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의 시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급속한 과학의 발전에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자고 나면 신기한 과학적 결과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더 이상 질문할 여력이 없다고 할까요?”

그의 말이 꽤 설득력을 지니는 것은 첨단 과학적 장치를 마음껏 이용하면서도 실제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김창완도 요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고속도로 달릴 때 안전하게 회전할 수 있는 구배(기울기)의 원리가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매일 다니는 길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며 첨단 과학 시대의 ‘역설’을 꼬집었다.

런던에 거주하던 이 책의 저자도 도시 스케일이 커지자 세세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하철 터널의 어둑한 벽들에 숨어있는 요상한 파이프가 어떻게 한데 묶여 돌아가는지, 어떤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와 과학이 숨어있는지 궁금했다.

책은 그렇게 누구나 궁금하지만 아무도 쉽게 대답 못하는 과학의 기본을 들춘다. 특히 도시를 움직이는 고층건물, 전기, 상하수도, 도로, 자동차, 철도시스템, 네트워크 등 7가지 요소를 과학적 분석으로 탐색한다.

도시에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 봤을 것이다. 100층도 넘는 초고층 건물은 어떻게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까. 초고층 빌딩의 문은 왜 예외 없이 회전문일까.

160층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는 지면의 산들바람도 100층 넘는 높이에서 태풍이 되는 외력에 버티기 위해 ‘버트레스 코어’라는 독특한 구조를 입혔다. 건물 중앙에 폭 11m의 육각형 고강도 철근 콘크리트 기둥을 배치해 척추로 삼는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 안정적 기립을 위해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 이용한 부벽(버트레스)으로 세 개의 ‘날개’를 만들어 육각형에 맞물려 떠받치는 것이다. 마천루 건설에 새 장을 연 ‘Y자 코어’는 지상에서 1km 넘게 건물을 올릴 수도 있다.

초고층 건물의 입구 회전문은 단지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굴뚝 효과’ 때문이다. 건물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로 생기는 현상으로, 열을 받으면 위로 올라가는 공기의 성질과 관계있다. 추운 날씨에 빌딩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더운 공기가 굴뚝처럼 상층부로 이동해 하층부를 진공 상태로 만든다.

평범한 여닫이문이라면 바깥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 열리고 닫힐 때마다 바람 때문에 로비의 종이와 치마가 펄럭인다. 반대로 더운 날씨에는 냉방장치가 만든 차가운 공기가 하층부로 가라앉아 문이 열릴 때마다 밖으로 빨려 나간다.


여닫이문은 환기와 배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엘리베이터 오작동이 일어나지만, 회전문은 늘 ‘폐쇄 구조’여서 내부 공기 소용돌이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손실을 낮춘다.

2014년 기준으로 현재 세계 인구의 54%(약 39억 명)가 도시권에 거주한다. 도시가 유례없이 커지고 붐비는 상황이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오히려 미래에 도시가 더 친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살기 편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령 도시 녹화 방법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겐 샌드라 만소 블랑코라는 과학자가 개발한 생물 활성 콘크리트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이 콘크리트는 벽에 곰팡이나 이끼가 피는 현상을 촉진한다. 이 콘크리트를 이용해 건물을 지으면 지역 환경에 특화한, 그리고 외벽이 계절과 함께 변하는 빌딩과 만날 수 있다.

도시 공기 오염 문제도 끄떡없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전 세계 1600개 대도시권 중 90%에서 대기 질이 ‘위험’ 수준이었다. 그중 가장 위험한 오염물질은 미세먼지. 하지만 이산화티타늄과 옥외 광고판이 만나면, 즉 과학과 인문학이 결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포스터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티타늄 막으로 코팅하는 식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토니 라이언 교수에 따르면 이 광고판을 혼잡한 도로에 설치할 경우 매일 자동차 20대가 배출하는 분량의 질소산화물을 빨아들인다.

저자는 “미래의 도시는 비록 밀도는 높을지언정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춘 리빙월과 타일과 광고판이 지배하는 어느 때보다 푸른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남은 문제는 에너지인데, 풍력 터빈과 태양전지가 그 위력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앤 더 시티=로리 윙클리스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펴냄. 400쪽/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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