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년]보완·호혜적 관계에서 '경쟁'의 시대로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 2017.08.24 07:27

수교 25년간 무역 33배, 투자 24배 증가…중국 '홍색 공급방'으로 경제 관계 재정립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를 하고 25년이 흐르는 동안 양국은 무역과 투자 등 경제 전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이런 관계는 2000년 마늘 파동에서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태에 이르기까지 내·외부 변수에 쉽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고 그동안 중국이 외국에서 수입하던 원재료를 자국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양국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 양국간 경제 대화 채널을 늘리고 협력을 고부가가치 산업과 서비스업까지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기지였던 중국, 이젠 주요 투자유치국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 중국은 높게는 10% 가 넘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92년 4957억달러에서 올해 11조7953억달러로 23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1인당 GDP는 423달러에서 8480달러로 대폭 증가한다. 한국의 GDP는 1992년 3500억달러로 중국의 3분의 2가 넘었지만 올해는 1조4980억달러로 12.6%에 불과하다.

이같은 과정에서 양국은 호혜적 관계를 유지했다. KOTRA는 최근 발간한 '한·중 경제관계 중장기 변화 추세와 과제' 보고서에서 한중 수교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인 1998년까지를 '분업 협력'의 시기로 분류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중국을 가공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 중국은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외화를 획득하고 고용을 늘렸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세계 경제에 편입한 2001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까지는 한·중 경제관계가 확대되고 깊어졌다. 한국 기업이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중국은 한국의 선진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습득하는 시기였다. 2012년 중국경제가 '뉴노멀'에 들어선 이후 현재까지는 중국의 한국의 중국수출과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중간 쌍방 수출과 투자의 시대로 전환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액은 2114억 달러로 1992년 64억 달러 대비 33배 성장했다. 또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한국의 투자 대상국이다. 한국의 대중 투자액은 수교 당시 1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3억달러로 24배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4억4000만달러로 1992년에 280만달러에 비해 157배 증가했다.

◇마늘파동부터 사드까지, 돌발변수에 취약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리스크도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벌어진 마늘 파동이다. 그 해 6월 한국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으로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다.

이에 중국은 일주일 만에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을 했다. 연간 1500만 달러 상당의 중국산 마늘 때문에 5억 달러에 달하는 우리의 수출이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사실상 이전 수준으로 돌리기로 했고,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 수입 중단을 풀었다.


당시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전이어서 한국이 다른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2015년 12월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한다. THAAD 체계 도입 문제로 롯데와 현대자동차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의 한 통상 당국자는 "중국 당국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보복조치를 부인하고 있지만 아주 작은 정치적인 움직임이 바로 말단 경제 일선까지 반영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장 우리 정부는 오는 10월 한·중 통화스와프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중 경제장관회의 역시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중 경제협력 당국자는 "시진핑 주석의 두 번째 임기(2017년 말~2022년 말)가 시작되는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10월 내지 11월에 열리는데 그때까지는 중국의 큰 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색 공급망' 확대로 중간재 수출 '비상'

이같은 정치적인 악재가 중국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 정책과 맞물릴 경우 파급 효과가 커진다. 중국 제조업이 고도화함에 따라 그동안 수입해 온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해 중국 기업들로만 이뤄진 완전한 밸류 체인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홍색 공급망으로 가장 피해를 볼 국가는 한국이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중국한테서 722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봤다. 한국은 중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나라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스위스 275억달러의 2배가 넘는다. 특히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품 가운데 80% 이상이 중간재로 추산된다. 그동안 한·중 경제 관계가 상호 보완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경쟁 관계로 변화한다는 얘기다.

현상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중심으로 우리가 계속 비교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서비스업이나 에너지 환경 등으로 협력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돌발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화 채널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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