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 역성장…SK네트웍스 독립 딜레마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7.08.23 05:30

[심층분석]최태원 회장 "계열사에 사업적 의존 말라" 지적에 '차·포' 떼고 렌탈업 강수…새 사업 성과 미진한데 기존사업 매각으로 5년 만에 매출 반토막

SK네트웍스 실적이 지난 5년간 매해 10% 안팎 뒷걸음질친데 이어 올해도 이 같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매출 의존도를 줄이라"고 지적한 이후 실제로 관련 비중을 차츰 떼어내면서 외형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이다. 최신원 회장이 지난해 초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신성장 동력 차원에서 렌탈 사업 등을 늘리려 하지만 성장을 견인할만한 명확한 대안이 되진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SK네트웍스 등에 따르면 이 회사 매출액은 2012년 27조9355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18조4573억원까지 약 34% 감소했다. 수십조원의 매출 외형을 가진 4대 그룹 계열사가 5년 만에 이렇게 퇴보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연도별로 보면 매출이 매년 약 10%씩 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매출은 약 28조원에서 이듬해 26조원 가량으로 약 7% 줄었다. 2012년 7조원이 넘던 정보통신 관련 매출이 2년 뒤인 2014년 4조원대로 줄면서 전체 매출도 22조원대로 주저앉았다. 그 해 2월 정보통신 소매사업을 SK텔레콤 계열로 넘기면서 단말기 판매 매출과 마진이 줄어든 것이다.

2015년 매출은 20조원대로 전년에 비해 9% 이상 줄었다. KT렌탈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결국 라이벌 롯데에 매물을 뺏기면서 성장성이 요원해졌다는 지적이다. 연말에는 면세점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기존 허가권을 뺏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3년 만에 매출은 27%나 하락했고 워커힐의 면세점 물품과 인력을 경쟁사 등에 넘기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최신원 회장이 등장한 것이 이즈음이다. 이전까지 SKC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지내던 최신원 회장이 쇠락하는 SK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신원 회장은 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으로 뚝심있게 이 회사의 사업재편을 밀어붙일 오너 일가 경영자로 기대를 모았다.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이 부임한 이후 매출의 2~3%(2015년 5657억원) 수준이던 패션 사업을 현대백화점그룹에 팔았다. 연말께 3200억원 가량의 재원을 마련한 그는 이를 기반으로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사들였다.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생활가전 렌털 서비스를 지향하는 홈케어 사업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떠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패션업을 포기하고 생활가전 마이너 브랜드를 경쟁 끝에 라이벌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에 산 것은 조급한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매각자인 NH프라이빗에퀴티는 이 회사를 2년여 만에 두 배 넘는 가격(2800억원→6100억원)에 팔아 대박을 터뜨렸다.


SK네트웍스의 2016년 말 매출은 18조원대로 20조원대가 깨지면서 2000년대 초중반 수준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동양매직 인수로 자금부담이 늘어난 SK네트웍스는 올 초 LPG충전소 49개를 약 3100억원에 사모펀드(PEF)에 팔았다. 회사는 내부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AJ렌터카 등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한국타이어와 같은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이 전략은 고비를 맞고 있다.

2016년 실적에는 인력 구조조정 비용과 면세사업 중단 손실 등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815억원의 순손실을 입어 회사는 적자 전환했다. 최고경영자와 회사가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SK매직 사업은 올 상반기 2529억원의 매출을 올려 5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매출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다른 성장동력인 카라이프 분야도 같은 기간 4137억원으로 전체의 약 4%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SK네트웍스는 전체매출의 59% 이상을 정보통신(2조2788억원, 22.54%)과 에너지마케팅(3조7056억원, 36,66%)에 의존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의존도는 고작 7~8%p 줄었을 뿐인데 전체 매출은 34%가 빠졌고 이익은 고사하고 손실을 내는 적자기업이 됐다.

올해 말 매출 예상도 밝지 않다. 최근 에너지마케팅 분야의 알짜사업이던 유류 도매사업을 계열사인 SK에너지에 3015억원을 받고 떼어주면서 지난해 기준 매출 5조원 중반을 낸 사업이 사라지게 됐다. 최근 5년 사이에 28조원이던 매출이 올해 말이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불거지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몇몇 알짜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하이닉스 편입 후 확장일로(擴張一路)인 SK그룹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일단 최신원 회장을 믿고 SK네트웍스를 맡긴 상황이라 당분간은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잇따른 사업매각으로 몸집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미래경영 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높은 '모빌리티'와 '홈케어'를 새롭게 육성하고 상사네트웍을 통한 글로벌 진출도 적극 추진해 홀로서기 사업모델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갈 방침"이라며 "해당 사업들이 규모와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화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추가적인 M&A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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