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만의 '해품달'에 미국 전역서 수백만명 '시선집중'(종합)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 2017.08.22 13:17

수백만명, 미국 12개주 관통한 개기일식 지켜봐...트럼프도 가족과 백악관 발코니서 일식 관찰

21일 오전 10시 15분(미 태평양시간)부터 개기일식이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미국 대륙을 관통했다. /AFPBBNews=뉴스1
‘경이롭다!’

21일 오전 10시 15분(미 태평양시간) 미국 서부연안 오리건주 디포베이. 정적 속에 태양이 사라지며 사방에 어둠이 깔리자 수백명의 사람들이 탄성과 환호를 쏟아냈다.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은 티나 포스터씨는 눈물마저 글썽이며 "인생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돼 매우 경이롭다"며 "특히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99년만의 우주쇼...‘해품달’에 숨죽인 미국


99년 만에 개기일식이 미국 대륙을 관통하면서 미국 전역이 들썩거렸다. 수백만명이 서부 해안가에서부터 심지어 뉴욕 거리에서 숨을 죽이고 ‘해를 품은 달’을 지켜봤다.

개기일식은 이날 10시 15분부터 오리건을 시작으로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2개 주를 지나며 1시간 33분간 진행됐다.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이클립스 스테이트’의 수백개 도시와 마을, 공원에는 전날부터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개기일식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오리건주에는 100만명이 방문하는 등 개기일식 관광객수는 최대 200만명에 달했다고 미 언론은 추산했다.
미 대륙을 관통하는 개기일식 경로. /AFPBBNews=뉴스1

미 항공우주국(NASA)는 경로를 따라가며 개기일식을 스트리밍 생중계하는 창립 이후 최대의 이벤트를 펼쳤다. 미 전역에서 440만명이 이 방송을 지켜봤다. ABC, CBS, NBC, CNN 등 주요 지상파 및 케이블방송들도 개기일식 특집방송을 진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들도 온라인을 통해 개기일식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개기일식은 우주공간의 궤도상에서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으로 늘어서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 현상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인 황도와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인 백도의 각이 달라 개기일식은 2년에 한번씩 일어난다. 개기일식은 주요 지역에서도 3분 이내로 관찰할 수 있다.

개기일식이 미 대륙을 관통하는 것은 수십년에 한번씩 발생한다. 앞서 미 전역을 관통한 개기일식은 무려 99년 전인 1918년 6월 8일에 일어났다.


◇미 전역 ‘이클립스 축제’...트럼프, 백악관 발코니서 일식 지켜봐


오리건주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인 실버튼 타운은 이날 개기일식 수시간전부터 사람들로 가득찼다.

수전 거튼씨는 자녀들과 함께 개기일식 관찰을 위해 실버튼 지역 고등학교를 찾았다. 그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있는 국립전파천문대(NRAO) 교육담당 부책임자로 그동안 몇차례 일식을 경험했다. 그는 "이번엔 아이들이 개기일식을 보러가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 일식에는 일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패트릭 노우먼 아이다호주 와이저시 일식축제위원장은 "이번 일식으로 6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부분 일식을 관찰할 수 있는 뉴저지 등 이클립스 스테이트 이외의 지역에서도 카운티 나 시 등 지방자체단체들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설명과 함께 대형 스크린을 통해 NASA 홈페이지 스트리밍생중계로 개기일식을 지켜보고, 부분일식을 관찰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축제같은 분위기를 돋우었다.

뉴욕 고층빌딩에서도 최대 70% 부분일식 직전에 사람들이 사무실 자리를 비우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트루먼 발코니에서 부인 멜라니아, 막내 아들 배런과 함께 개기일식을 지켜봤다. 워싱턴DC에서는 최대 81%의 부분일식이 일어났다. 트럼프는 아래층 보좌관들의 외침에도 처음엔 보호안경을 쓰지 않고 태양을 응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은 보호안경을 쓰고, 1분 30초정도 부분일식을 관찰했다.

천체물리학자인 에드워드 기넌 빌라노바대학 교수는 “아마도 미국 전역에서 4000만명이 동시에 동일한 것을 지켜봤다”며 “흥분으로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트루먼 발코니에서 부인 멜라니아, 막내 아들 배런과 함께 개기일식을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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