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제3자 뇌물' 유죄? 무죄?…판례 보니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7.08.23 05:05

[the L]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제3자 뇌물 ②]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사진=뉴스1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후원한 것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나 중재인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제3자에게 뇌물을 주거나 줄 것을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에게 경영권 승계 지원이란 부정청탁을 하면서 최순실씨(61)가 관여한 이 재단들에 거액을 보냈다고 주장한다. 과거 법원은 이런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앞서 대법원에서 제3자 뇌물죄로 유죄를 확정받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건이 이와 유사하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STX조선해양(이하 STX)에 아들 소유의 요트 회사를 후원하라며 7억7000만원을 입금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해군이 주관한 국제관함식 요트 행사를 아들 회사에 맡기고, STX가 아들 회사를 후원하는 구조였다.

정 전 총장 사건은 이 부회장 사건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총장, 삼성은 STX의 역할을 한 셈이다. STX의 후원을 받은 요트 회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영재센터와 같은 위치에 있었다. 이 요트 회사를 소유하고 있던 정 전 총장의 아들은 재단과 영재센터를 소유하고 있던 최씨와 마찬가지였다. 정 전 총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힘을 빌려 요트 회사를 통해 이득을 취했다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힘을 빌려 재단과 영재센터를 통해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건은 제3자 뇌물수수죄 성립요건인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도 공통점이 있다. 당시 해군 함정 수주 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던 STX는 정 전 총장이 사업에 편의를 봐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아들의 요트 회사를 후원할 테니 어떤 사업을 도와달라'는 특정한 청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특정 사업을 찍어 도와달라는 말은 없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주고받기로 큰 틀에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 특검은 그 증거로 박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를 들고 있다. 여기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 전 총장의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묵시적으로라도 청탁이 오고갔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STX의 행위는 정 전 총장에게 부정청탁을 한다는 묵시적 양해 하에 부정한 이익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이는 제3자 뇌물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정 전 총장은 징역 4년을, 정 전 총장의 아들은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정 전 총장에게 뇌물을 건넨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당시 STX 사외이사)은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없이 판결이 확정됐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